층층나무숲에서 벌이는 왕성한 식욕잔치 층층나무숲에서 벌이는 왕성한 식욕잔치 권영상 꼭 사흘 전이다. 우면산 입새에 있는 층층나무숲에서 너무도 기이한 일을 만났다. 그 숲을 지나는데 싸락눈 내리듯 나무 밑이 소란스러웠다. 이미 산은 초록으로 뒤덮였는데 거기만 싸락눈이 내릴 리 없었다. 혹 여우비라도 내리나 싶어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5.19
찔레꽃, 눈물이 사라진 사회 찔레꽃, 눈물이 사라진 사회 권영상 빈 속으로 우면산에 올랐다. 다들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을 하는데, 혼자 밥을 먹기 미안해 오늘은 그냥 집을 나섰다. 몇번인가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더니 그 사이 산이 신선한 초록으로 뒤덮였다. 마치 편안한 안식의 공간에 임하는 기분이다. 샘물..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5.17
장경사에서 울려오는 저녁 범종소리 장경사에서 울려오는 저녁 범종소리 권영상 점심 수저를 놓은 뒤입니다. 방에 들어와 창문을 여니 아파트 관리소 뒤편 작은 골목길에 연등이 보입니다. 붉은 연등을 보려니 오래도록 잊고 살아온 장경사가 떠오릅니다. 나는 배낭에 물 한 병을 넣고 차에 올라 남한산성을 향했습니다. 산..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5.14
감자순이 올라왔어요 감자순이 올라왔어요 권영상 드디어 감자순이 올라왔네요. 벌써 몇 주째 주말농장에 찾아갔지만 감자순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나는 보았습니다. 감자 두둑마다 실궂하게 올라온 감자순을 보았습니다. 나는 대뜸 감자 이랑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감자순에 대고 부볐습니다.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5.13
이효리의 미스코리아, 그 가사 속에 담긴 우수 이효리의 미스코리아, 그 가사 속에 담긴 우수 꿈과 부를 쫓느라 지친 외로운 ‘아가씨’들에게권영상 텔레비전이 중계해 주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가끔 본 적이 있다. 주로 음식점이나 다방에서 보지 않았나 싶다. 주문을 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그곳 텔레비전을 통해 본 기억이 난다..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5.08
여기서 포항 도착하려면 일 년은 걸릴 겁니다 여기서 포항 도착하려면 일 년은 걸릴 겁니다 권영상 한가한 틈을 타 차를 몰아 주말농장에 갔다. 지난 주에 심어놓은 고추며 토마토가 걱정이었다. 그간 기온이 들쭉날쭉 오르내렸다. 심을 때만 해도 20도를 오르내렸는데, 그 이튿날부터 줄곧 비가 내렸고, 추웠다. 2주 전에 심어놓은 상..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5.04
이 땅에 넘쳐나는 팥쥐 엄마들 이 땅에 넘쳐나는 팥쥐 엄마들 권영상 서울역에서 사당행 4호선 전철을 탔다. 한산했다. 그런데 전철이 숙대입구역을 막 출발할 때다. 내 옆자리에 엉덩이를 빼고 비스듬히 앉은 여자가 휴대폰의 버튼을 눌렀다. “아니, 너 지금 뭐하는데 엄마 전화 꼬박꼬박 받냐!” 여자 목소리가 내 귀..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5.01
좋은 경험 좋은 경험 권영상 매형이 교통사고로 한 달 가량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다행히 차도가 좋아 지금은 퇴원을 하여 집에서 몸조리를 하신다. 멀지 않은 거리에 떨어져 살면서도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 “살아난 것만도 천행이지뭐.” 지난 달 병원에 찾아갔을 때 누님이 그러셨다. 누님은 나..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4.28
젠틀맨, 알랑가몰라 왜 미끈해야하는건지 젠틀맨, 알랑가몰라 왜 미끈해야하는건지 권영상 어제다. 북한산 둘레길을 돌아오다 동행하던 이들끼리 술 한잔을 했다. 한잔이 아니고 대취 직전까지 갔다. 그런 아리까리한 지경에서 자, 이제 그만! 하고 헤어질 수 있는 위인이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그 동네 빌딩 중에서 가장 높은 빌딩..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4.15
4월이 오면 좀 산뜻해져야지 4월이 오면 좀 산뜻해져야지 권영상 4월이 오면 마른 들판을 파랗게 색칠하는 보리처럼 나도 좀 달라져야지. 솜사탕처럼 벙그는 살구꽃 같이 나도 좀 꿈에 젖어 부풀어 봐야지. 봄비 내린 뒷날 개울을 마구 달리는 힘찬 개울물처럼 나도 좀 앞을 향해 달려 봐야지. 오, 4월이 오면 좀 산뜻해..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