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나들이 안성 나들이 권영상 안성에 다녀오는 길이다. 산수유 핀 농가를 지나는 데 파를 거둔다. 괜히 산수유 노랗게 핀 그 집이 고향집처럼 느껴진다. 나는 차를 세우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검정 점퍼 차림의 육십 대 노인이 파를 캐고 있다. 텃밭에 실궂한 파가 세 이랑이나 있었다. “대파 빛깔..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4.09
이렇게라도 안 하면 외로워 못 살아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외로워 못 살아요 권영상 “수정이 아버지, 안녕하세요?” 전에 살던 집 아래층 사람을 서점에서 나오다 만났다. 백화점에서 나오던 그이도 나를 금방 알아보았다. 그이는 일층에, 나는 삼층에 살았다. 5,6년을 살았다. 나는 그를 잘 기억한다. 그는 해마다 승용차를 신..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4.09
역발상 역발상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고,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되고, '인연'을 거꾸로 읽으면 '연인'이 되고,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 힘내'가 된다. - 김희정 / 정리 - 사람이 살면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 눈앞이 캄캄할 때가 있습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렇게..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4.02
기계도 인간과 오래 살면 인간이 된다 기계도 인간과 오래 살면 인간이 된다 권영상 컴이 죽었다. 지난 3월 27일 오전 11시 10분. 컴을 켜놓고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다시 내 컴 앞에 앉았을 때 나는 죽음의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컴은 한 순간 희미한 빛을 벗고 검은 그림자의 모습으로 차갑게 잠들었다. 그 때 나는 오랜 날을 함께..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4.01
도시는 연인처럼 나를 슬프게 한다 도시는 연인처럼 나를 슬프게 한다 권영상 도시가 당신을 즐겁게 하는가? 나는 선뜻 대답한다. 그렇다. 도시는 아름답다. 햇빛 좋은 날, 문득 강남대로나, 압구정동을 걸으면 나도 모르게 그런 느낌에 사로잡힌다. 어느 한가한 일요일, 도심의 거리를 걸을 때면 내가 이국의 수도를 걷는 착..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4.01
까투리의 행복 추구권 까투리의 행복 추구권 권영상 이혼하기 귀찮아 결혼하지 않는다는 늦깎기들의 말을 가끔 듣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그들의 결혼관에 좀 허탈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들 말에 일리도 있다. 2011년 통계자료에 보면 우리 국민 1000명당 5쌍이 이혼을 했다. 그 당해에 33..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3.27
꽃향기는 바람이 불어야 멀리 간다 꽃향기는 바람이 불어야 멀리 간다 권영상 아침에 동네산에 올랐다. 어제부터 내린 비 탓인지 을씨년스럽다. 묵직한 하늘에선 찬 바람마저 쏟아진다. 목에 두른 손수건을 바투 잡아맸다. 바람이 차고 을씨년스러워도 날은 어제 오늘 다르다. 웬걸, 중턱에 오르니 생강나무 꽃이 벌써 노랗..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3.24
까치가 사람보다 낫지 까치가 사람보다 낫지 권영상 이사철이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이삿짐차들이 흔하게 눈에 띈다. 아파트에도 동마다 이삿짐차가 매달려 짐을 올리고 내린다. 눈 녹고 꽃샘바람 불기 시작하면 학구를 따라, 바뀐 직장을 따라 짐을 싸고 푸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내 집을 가졌다 해도 직장이..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3.24
달님, 행복하세요 달님, 행복하세요 권영상 퇴근 무렵, 볼일을 보고 돌아올 때다. 골목을 막 꺾어 도는 데 눈앞에 달이 떠올랐다. 집 방향으로 가는 정면, 상가와 아파트들 사이로 숨어 있던 보름달이 둥두렷 드러났다. 갑자기 대면하는 달이라 그런지 크고 더 없이 붉다. 그러고 보니 오늘에 보름달이 뜬댔..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3.06
죽음 앞에 절박한 삼년고개 죽음 앞에 절박한 삼년고개 권영상 옛날 어느 마을 뒷산에 삼년고개가 있었다. 그 고개엔 한번 넘어지면 삼년 밖에 못 산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 한 분이 고개를 넘다가 돌부리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 사..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