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9

안경이 사라졌다

안경이 사라졌다 권영상 안성에 내려가 며칠 머물다 올 걸 생각하고 가방을 쌌다. 책을 골라 넣고, 아내가 만들어준 반찬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려고 보니 안경이 없다. 가방을 내려놓고 입었던 옷을 뒤져보고, 책상 주변을 살피고, 혹시나 싶어 휴지통도 들여다봤지만 없다. 차에 두고 내렸나 싶어 차 안을 살폈지만 차에도 없다. 나중에 다시 살펴볼 테니까 어여 가라는 아내의 말에 차를 몰고 아파트를 나섰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제 오후까지 분명히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날 오후, 고장 난 블랙박스를 교체하기 위해 블랙박스 가게 주인이 왔었다. 나 말고도 아파트 주민 중에 블랙박스를 교체하는 분들이 있어 직접 아파트로 오겠다고 했다. 블랙박스 사용법을 자세히 알아보려고 안경을 쓰고 마당에 내려갔었다. 햇볕이 봄..

현실 같은 너무나 현실 같은

현실 같은 너무나 현실 같은 권영상 모처럼만에 가족이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 도중에 딸아이가 친구 이림이 이야기를 꺼냈다. 길을 가다가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깨어지는 바람에 휴대폰을 값싸게 새로 했다는 거다. 이림이는 아내도 나도 잘 아는 꼼꼼한 딸아이 친구다. 그러면서 날 보고 휴대폰 바꾸는 게 어떠냐고 했다. “아빠, 6년 됐다면서요?” 며칠 전에도 아내에게 그 말을 들었다. 딸아이가 출국하기 전에 바꾸자고. “그렇긴 하지만 아직 쓸 만하거든.” 휴대폰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우리로선 딸아이가 있을 때 구입하는 게 좋기는 하지만 망설여졌다. 딸아이가 학교로 가는 걸 보고 나는 메모해놓은 책을 사러 서점으로 갔다. 서점에 막 들어서서 책 한 권을 뽑아들 때다. 주머니에서 문자 수신음이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