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할아버지 5층 할아버지 권영상 가끔 뵙는 할아버지가 있다. 크림색 양복에 중절모를 쓰고 단장을 잡고 조용히 걸으시는 분. 아파트 우리 집 위층인 5층에 사시는 분이다. 일흔 후반은 되셨을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드리면 네에, 그렇게만 대답을 하시는 분. 내가 그분에 대해 아는 건 이게 전부..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6.07.23
아내의 구두를 닦으며 아내의 구두를 닦으며 권영상 다들 출근하고 나만 남았다. 11시 모임에 가기 위해 나는 좀 여유있게 준비를 하고 신발장을 열었다. 내 구두가 뿌우옇다. 구둣솔을 집어 들었다. 대충 솔질을 하고 신발장을 닫는데 신발 하나가 떨어졌다. 아내 구두다. 나도 모르게 발길로 툭 찼다. 직장 일이..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6.07.23
생땅은 오염되지 않은 귀한 땅 생땅은 오염되지 않은 귀한 땅 권영상 새로 일군 밭에 강낭콩을 심었다. 강낭콩이 올라오는 걸 보고 서울에 갔다가 일주일만에 다시 안성으로 내려왔다. 그 사이 강낭콩 속잎이 활짝 피어있었다. 강낭콩 이랑을 살피던 나는 적잖이 실망했다. 강낭콩이 나오지 않은 곳이 반도 더 되었다.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6.01.14
제비가 돌아왔다 제비가 돌아왔다 권영상 간밤에 덮은 이불을 접어들고 마당에 나와 빨래 건조대에 말린다. 한 사나흘 서울에 가 있다가 안성에 내려올 때면 으레 이부자리부터 볕에 내놓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마른 볕에 이불을 내다 너는 일이 좋다. 마음이 부유해지는 느낌이다. 비에 무너진 고..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6.01.14
여린 꽃잎들의 가혹한 희생 여린 꽃잎들의 가혹한 희생 권영상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가 온다. 4월내내 서울엔 비가 오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우두커니 비를 내다본다. 무성할 대로 무성해진 느티나무며 벚나무들이 이 비에 삼단같은 초록빛을 늘어뜨린다. 그들을 바라보던 내 눈이 놀이터 쪽 모과나무 아래..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6.01.11
망원렌즈 속에 숨겨진 생의 비밀 망원렌즈 속에 숨겨진 생의 비밀 권영상 펜실베니아 프랜시스 슬로쿰 호수 근방에 살고 있는 친구로부터 뜻밖의 사진을 받아보고 있다. 친구는 취미삼아 사진을 찍어 간간히 이메일로 보내오는데 벌써 3년은 족히 되었다. 일을 마치면 카메라를 차에 싣고 바깥을 나돌았다. 처음엔 주로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6.01.11
나는 내게 몇 점이나 줄 수 있나 나는 내게 몇 점이나 줄 수 있나 권영상 영화 <여인의 향기>로 잘 알려진, 다소 싸늘한 캐릭터의 배우 제임스 레브혼이 생각난다. 며칠 전 그의 애석한 죽음과 함께 그가 임종 직전에 썼다는 부고가 일간지에 소개됐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유서란 가족에 한정된 글이다. 그러나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5.09.07
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고 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고 권영상 아침에 눈을 떴습니다. 버릇대로 7시에 일어났습니다.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안치고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간밤, 서울서 싣고온 매실과 으름덩굴을 살펴봤습니다. 무사히 잘 있습니다. 나는 삽을 들고 나무 심을 구덩이를 팠습니다. 매실나무는 내 방에서..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5.09.07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사는 세상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사는 세상 권영상 봄입니다. 우수도 지나고 경칩도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도 봄입니다. 며칠 전부터 겉옷 하나 벗고 아침 산행을 하는데 추운 걸 모르겠어요. 미세먼지 탓에 오랜 날 어두운 하늘을 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는 하늘이 파랗습니다. 그 동안 참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5.07.01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 권영상 내게는 50대 후반에 퇴직한 친구가 있다. 그는 나처럼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40년 가까이 직장에 매여 살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 흔한 등산 한번 못 해보고, 여행다운 여행 한번 못 해봤다고 했다. 괴로운 건 퇴직은 했으나 아직 취직을 못한 아들이 있다..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