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할 줄 알았는데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 변할 줄 알았는데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 권영상 일과처럼 아침에 메일함을 열었다. 오랫동안 안 보이던 제자한테서 편지가 왔다. 나이 20대 후반의 그녀의 편지에 슬프디 슬픈 소식이 담겨있다. 그이는 내가 심사한 모 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분으로 그때 그 고마움을 못 잊어 가끔 메일..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11.10
가을에 듣는 트럼펫 소리 가을에 듣는 트럼펫 소리 권영상 화요일 오후, 베란다에 나가 하늘을 본다. 추운 날 끝의 하늘이라 그런지 파랗다. 눈이 어리다. 아파트 마당에 나왔다. 마당엔 사람 하나 없다. 맨드라미만 붉게 피고 있다. 차를 몰고 주말농장으로 향한다. 양재역을 지나고 원터골을 지나다 청계골 입구..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10.10
버스커버스커, 수채화 같이 가벼운 도시의 사랑 버스커버스커, 수채화 같이 가벼운 도시의 사랑 권영상 눈부신 오후의 창문을 열 때 커튼자락이 바람과 함께 내 얼굴을 휩싼다. 그러고는 또 언제 그랬냐 싶게 슬그머니 제 자리로 돌아갈 때 내 눈에 보이던 파란 하늘. 그 하늘에 제트비행기가 긋고 간 하얀 금처럼 선명히 마음에 남는 노..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10.10
찌르레기에 대한 지극 정성 찌르레기에 대한 지극 정성 권영상 창틀에 페인트 칠을 하러 안성 집에 내려왔다. 칠을 하기 전에 먼저 할 일이 있다. 창틀의 낡은 페인트를 벗겨내는 일이다. 칠을 한지 3년이 됐는데 보기 흉할 만큼 벗겨졌다. 나는 세모칼로 낡은 칠을 벗기다가 벌집을 만났다. 이층 다락방 처마 안쪽이..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09.18
가을은 교미의 계절 가을은 교미의 계절 권영상 곤충들에게 있어 가을은 교미의 계절이다. 마당 잔디밭에 잠시만 나와보면 교미 중에 있는 곤충들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이들은 녹색 숲에 교묘히 몸을 숨기고 은밀한 일을 치른다. 주로 방아깨비, 풀메뚜기, 풀무치 등이다. 이들의 체위는 단순하다. 든든..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09.18
너의 용기가 부러울 뿐이다 너의 용기가 부러울 뿐이다 권영상 “선생님, 이사 잘 하셨어요?” 안성에 이삿짐을 옮겨놓고 짐 정리를 하고 있을 때다. 전화가 왔다. 받고 보니 가끔씩 안부전화를 해 주는 마흔 살 가까운 제자다. “이사는 잘 했네만, 김군은 지금 어디 있나?”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젠가 내게 보..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08.14
독립영화 “달팽이의 별”의 소박한 삶의 경이로움 독립영화 “달팽이의 별”의 소박한 삶의 경이로움 권영상 “이게 소나무예요. 한번 만나봐요.” 그의 아내는 남편을 소나무 앞에 세운다. 소나무가 궁금했던 영찬은 떨리는 마음으로 소나무에 손을 댄다. 그리고는 시를 읽듯 예민한 손가락으로 소나무를 꼼꼼히 읽어간다. 지구별에 처..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08.14
두려웠던 서울의 지난 8월 10일 두려웠던 서울의 지난 8월 10일 권영상 8월 10일. 아침 창 밖을 보니 장맛비 내리는 바깥 풍경이 야릇하다. 비야 장마니까 늘 보던 그 장맛비다. 그런데 장맛비 내리는 풍경이 음산하다. 우선 아침 시간이 컴컴하도록 어둡고, 연소되지 않고 배출되는 연기처럼 마당 공기가 검푸르다. 나는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07.16
참호에서 잠을 자는 여인 참호에서 잠을 자는 여인 권영상 아침에 동네 우면산을 오른다. 장마중이라 우중충한 하늘에서 가늘게 비가 내린다. 나는 우산 없이 일부러 비를 맞는다. 온몸으로 하늘을 받아내는 일 같아 비 맞는 일이 좋다. 소나무숲 사이로 난 산비탈 길을 오를 때다. 누군가 어둑한 숲길을 타고 내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07.16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권영상 집 전화기 옆에는 여전히 전화번호 수첩이 있다. 식구마다 휴대폰이 있는데도 버릴 수 없는 유물처럼 그대로 두고 쓴다. 자주 연락하는 전화번호는 휴대폰 속에 있지만 오랜만에 한번씩 하는 이들의 번호는 여전히 전화번호 수첩 속에 있다. 안성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