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진심으로 겸손하고 싶다 오늘 아침 진심으로 겸손하고 싶다 권영상 출근을 하느라 전철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다. 전철역 근처에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낡은 검정구두 아니면 껍질이 벗겨진 군화에 작업복을 입은 사내들이다. “이 X새끼 이래 기다려도 안 오니 낼부턴 교체해야겠..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1.24
나는 이렇게 되살아 난다 나는 이렇게 되살아 난다 권영상 지지난 주 토요일, 주말농장에 배추와 무를 심었다. 배추와 무는 모종을 했고, 달랑무와 갓은 씨앗을 넣었다. 그러고도 남은 자리에 지난 주 토요일, 가을 상추 모종을 구해다 심고, 쪽파 스무 개를 심었다. 3평 밖에 안 되는 밭이지만 마음쓰는 건 3천평 농..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1.14
그해의 여름 관전기 그해의 여름 관전기 권영상 갑작스레 하늘이 새파래지고 날이 선선해졌다. 한강을 건너며 반포아파트 쪽을 바라본다. 드문드문 선 나무들이 시퍼렇다. 봄에 보여주던 예쁘고 산뜻한 초록이 아니다. 연둣물이 다 빠진 검정에 가까운 초록이다. 기온 탓인지 아파트와 어울리기는커녕 오히..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1.14
'오빤 강남스타일'에 거는 기대 '오빤 강남스타일'에 거는 기대 권영상 “당신도 한 번 춰 봐!” 아내가 인터넷에서 “오빤 강남스타일”을 꺼내 튼다. 화분에 물을 주던 나는 싱겁게 다리를 흔든다. 아내가 다리를 꺼덕대는 나를 보고 웃는다. “괜찮어?” 새가난 나는 물조리개를 들고 거실로 들어와 ‘말춤’ 같지 않..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1.02
펜실베니아에서 날아온 전화 펜실베니아에서 날아온 전화 권영상 토요일 아침이다. 일찍 일어나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데 내 방에서 휴대폰이 울었다. 늦잠 자는 아내를 깨우지 않으려고 발 끝을 세워 달려갔다. 내 방에 미처 이르기도 전에 뚝 끊겼다. 한발 돌아서는데 또 울었다. 집어들고 보니 006으로 시작..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1.02
아버지의 낡은 시계 아버지의 낡은 시계 권영상 창밖에 비가 내린다. 7월로 접어들었으니 장마철일지도 모르겠다. 2교시 수업 없는 시간. 창밖에서 비를 맞고 선 단풍나무를 무연히 바라보고 있을 때다. 이웃한 음악실에서 피아노 소리와 함께 아이들 노래가 들려온다. “낡은 마루의 키다리 시계는 할아버지..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0.28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나치며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나치며 권영상 고향에 혼사가 있어 토요일 아침 일찍 내려갔다. 대학 친구가 아들을 장가보내는 날이다. 혼사는 점심시간에 알맞게 오후 1시에 있었다. “서울엔 일요일인 내일 올라가고 오늘은 우리 집에 가 술 한 잔하자.” 혼사를 마친 친구가 내 손을 잡았다.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0.22
사치스런 사랑 풍경 사치스런 사랑 풍경 권영상 전철에서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맞은 편에 앉은 남녀의 사랑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가 몸을 틀어 옆에 앉은 남자의 가슴에 안겨 잠을 자고 있다. 좁은 자리다 보니 안긴 여자나 안고 있는 남자나 그 자세가 매우 어색하다. 여자를 어색하게 안은 남자..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0.17
세상에 이런 분도 다 계십니다 세상에 이런 분도 다 계십니다 권영상 청량리에 있는 모 기념사업회에서는 해마다 학생 백일장을 엽니다. 청량리 전철역에서 내려 버스로 서너 정거장을 가면 옛 홍릉이 나오고, 그 곁에 기념사업회가 있습니다. 나는 어떤 연유로 여러 해 백일장 심사 일을 보았습니다. 올해도 그 일을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0.17
출근 안 하는 날 출근 안 하는 날 권영상 아내가 출근하자, 설거지를 끝내고 숲을 보러 동네 산에 다녀왔다. 땀에 밴 몸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서며 오늘 처음 발판에 나무쪽 하나가 떨어진 걸 보았다. 본드를 찾아 곰상스럽게 나무쪽을 붙였다. 벽에 걸린 진열대가 또 눈에 들어왔다. 간단한 상비약이며,..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