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숙씨, 중학교 졸업하다 봉숙씨, 중학교 졸업하다 권영상 "뭐 좋은 문구 없을까? 내 친구 봉숙이 오늘 중학교 졸업이야.” 아내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봉숙씨가 중학교에 다닌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놀라웠다. 아내는 선물할 책에다 뭔가 좋은 축하의 글을 써주고 싶은 모양이다. 펜을 들고 내 도움을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01.26
휴대폰은 개인주의를 지향한다 휴대폰은 개인주의를 지향한다 권영상 가정에 한 대씩 있던 전화기마저 사라진 집이 많다. 전화기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휴대폰이다. 저마다 휴대폰을 쓰니까 전화기를 둔다는 건 비경제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안의 중심에 있던 전화기가 없어지고 있다. 이제 가족들은 각자 자신의..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01.16
우리씨앗에 눈을 돌릴 때다 우리씨앗에 눈을 돌릴 때다 권영상 눈 내린 길을 걸어 우면산에 오른다. 춥다. 오늘 최저 기온이 영하 18도라 한다. 허벅지와 사타구니로 내리치는 바람이 싸늘하다. 이럴 때 산에 기대어 사는 짐승들은 무얼 먹을까,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양지쪽 마른 풀섶에서 뭐가 부스럭거린다.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4.01.16
내 몸 사용 보고서 내 몸 사용 보고서 권영상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내 몸을 빌려 잘 사용하였습니다. 이렇게 내 몸을 빌려쓴 지 벌써 오래 되었습니다. 나는 해마다 몸을 빌리기 위해 새 계약서를 쓰고 지켜나갈 것을 맹세해 왔습니다. 아무래도 주인이 원하는 대로 몸을 깨끗하게 쓸 의무가 세입자인 내게..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2.30
어쩌면 아빠를 이렇게 닮았지? 어쩌면 아빠를 이렇게 닮았지? 권영상 딸아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먼데 나가 공부를 하는 아이가 요새 들어 부쩍 전화를 한다. 요즘 현대 미술가 앙드레 마송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그의 미술 성향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한다. 그러며 하는 말이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욕구가 심심찮..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2.30
나이를 잘 먹는 열 가지 방법 나이를 잘 먹는 열 가지 방법 권영상 지난 봄, 직장의 행사가 있어 송추 계곡에 갔었다. 점심이 끝나고 팀을 엮어 족구를 했다. 내가 속한 팀에는 젊은 후배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고령자’란 이유로 나를 코트에 밀어넣었다. 그래도 넣어주는 것이 좋았다. 나는 옛날의 우쭐대던 그 기..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2.19
정을 들이는 달, 12월 정을 들이는 달, 12월 권영상 인디언 크리크 족은 12월을 ‘침묵하는 달’이라 했다. 목숨 가진 것들이 바짝 언 겨울의 위세에 꼼짝없이 잠든 달이라고 본 듯하다. 그럴 듯 하다. 하지만 내가 인디언이었다면 12월을 ‘정을 들이는 달’ 이라 짓지 않았을까. 해마다 그렇지만 지난 한 해도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2.18
버스터미널에서의 어떤 배웅 버스터미널에서의 어떤 배웅 권영상 금요일 오후 4시 20분 동해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동해시 옥계에 있는 한국여성수련원에 일이 있었다. 굳이 승용차를 두고 버스에 오른 건 버스에서나마 좀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눈을 감았다. 허겁지겁 달려와 그런지 가..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2.06
빽 빽 권영상 퇴근을 하느라 서울역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다.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젊은 여자의 전화 통화가 요란을 떨었다. 30대 초반의 미혼인 듯 한 나이였지만 그의 목소리 톤은 굉장히 컸다. 얼핏 듣기에 위중한 환자를 태워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이와 다급하게 하는 통화 같..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2.06
더 이상 가장 못하겠어 더 이상 가장 못하겠어 권영상 화장실 샤워기가 샌다. 샤워기를 들어 올리면 물의 양이 적어져서 내뿜는 힘이 약하다. 그런 샤워기를 보면서도 고칠 생각을 미처 못했다. “샤워기 안 고칠 거야?” 결국 아내가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했다. 그제야 나는 샤워기를 사러 철물가게에 갔다. 샤..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