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네미 인물 참 좋구만 아들네미 인물 참 좋구만 권영상 서울역 지하전철에서 내리면 마을버스를 타러 가야한다. 십여 분 거리다. 아침 출근길이 도통 바쁘다. 찾아간 느티나무 교목 밑에 학교로 가는 마을버스가 와 있다. 버스에 올랐다. 첫 출발지라 타는 이가 많아야 너댓 명이다. 버스가 출발해 두 번째 정류..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0.14
인생 인생 권영상 인생 여행 중입니다. 인생이 이토록 긴 여행인 줄은 젊었을 땐 몰랐습니다. 그저 단순히 산을 오르거나 사막을 건너는 일쯤으로 알았습니다. 그랬기에 산과 사막에 대한 공부에 열중했지요. 이를테면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고 거기에 걸맞은 비용을 계산했댔지요. 인생이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0.07
유혹하는 사랑의 향기 유혹하는 사랑의 향기 권영상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베란다 문을 연다. 향기나는 여인처럼 숨겨놓은 누군가가 베란다에 있다. 나는 방안 공기가 흔들리지 않게 조용히 커텐을 걷고 문을 연다. 은밀한 향기가 가득 내 몸안으로 밀려온다. 백화등의 다른 이름인 마삭줄이 한창 꽃을 피..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0.07
소나무를 훔친 전과자 소나무를 훔친 전과자 권영상 내가 16살 때 일이다. 봄밤이었다. 아버지방에 군불을 넣고 온 둘째형이 나를 불렀다. “이거 먹고 나랑 어디 좀 가자.” 형은 군불에 구운 달걀 두 개를 내밀었다. 신문을 적셔 달걀을 감싼 뒤 불속에 묻으면 맛있는 삶은 달걀이 된다. “두 개 다?” 달걀이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0.03
아내에게 진작 좀 잘 할 걸 아내에게 진작 좀 잘 할 걸 권영상 아내와 30년을 살았습니다. 벌써 그렇게 됐습니다. 처음 아내는 소녀같이 예뻤지요. 살 빛깔은 하얗고, 눈은 크고 쌍까풀이 졌지요. 키는 좀 작았지만 저는 키 큰 여자보다 작은 여자가 좋았답니다. 아내는 꿈도 크고 음식솜씨도 좋고 통기타도 잘 쳤습니..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10.03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 권영상 토요일이다. 토요일을 알고 화장실 세면대가 망가졌다. 아파트 나이가 이십 년쯤 되고 보니 집기들도 맥이 없다. 사람을 불렀다. 수리하는 분이 와 이것저것 둘러보더니 고치는 김에 현관문도 번호키로 바꾸라 한다. 손잡이 뭉치에 핀이 빠졌단다. “그럼..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29
비밀이 사라진 세상 비밀이 사라진 세상 권영상 오래된 책을 집어들자, 그 속에서 엽서 한 장이 떨어졌다. 엽서엔 스크랩 한 신문기사가 붙어있다. ‘원이 아버지에게’라는 기사다. 기사가 난 날짜도 없다.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가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였지요.”로 시작되는 한글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29
사람은 그 누구여도 혼자여서는 안 된다 사람은 그 누구여도 혼자여서는 안 된다 권영상 그때 나는 성대에 문제가 생겨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입원은 처음이었다. 혹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했다. 혹이라는 말과 수술이라는 말. 그때 나는 그 두 말만으로도 충분히 당혹감에 떨었다. 당혹을 넘어 내 운명까지도 생각했다. “내일..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22
학습 강요가 내 아이의 분노를 키운다 학습 강요가 내 아이의 분노를 키운다 권영상 서울역에서 사당행 4호선 전철을 탔다. 한산했다. 그런데 전철이 숙대입구역을 막 출발할 때다. 내 옆자리에 엉덩이를 빼고 비스듬히 앉은 여자가 휴대폰의 버튼을 눌렀다. “아니, 너 지금 뭐하는데 엄마 전화 꼬박꼬박 받냐!” 여자 목소리..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2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권영상 크리스마스의 새벽이 기다려졌다. 괘종시계가 자정을 넘기는 종을 치면 그때부터 어린 우리들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산타할아버지가 머리맡에 선물을 두고 가실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아니다. 우리 같은 시골 농가엔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