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는 골목 가게들 문을 닫는 골목 가게들 권영상 출근길에 본 골목 굴국밥집이 수상쩍다. 음식점 안 의자들이 어쩌라고 차곡차곡 그대로 쌓여있다. 엊저녁 퇴근할 때에 본 모습 그대로다. 퇴근이라 해 봐야 오후 6시 무렵이다. 그 무렵이면 탁자와 의자를 가지런히 놓고 손님을 받을 시간이다. 근데 어제 쌓..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13
붕어빵 한 봉지 붕어빵 한 봉지 권영상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다. 붕어빵 굽는 냄새가 퇴근길의 내 출출한 코를 자극했다. 돌아다보니 길 뒤켠에 붕어빵 장수가 있다. 마흔 후반의 부부다. 여자는 앞치마를 하고 서서 기계를 돌리고 있고, 남자는 수레 위의 아라비아 문양 비닐천막을 손보고 있..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10
고단한 인생의 무게 고단한 인생의 무게 권영상 아침 7시 10분. 비 끝이라선지 날씨가 차다. 간밤 기상예보로는 강원도 산간지방에 눈이 내린다고 했다. 머지않아 이 도시에도 홀연히 눈이 내릴지 모른다. 서늘한 출근길을 걸어 3호선 전철에 올랐다. 다행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읽던 책을 꺼냈다. 전철이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10
서울역에서 본 어린왕자 서울역에서 본 어린왕자 권영상 오후 5시. 퇴근이다. 가방을 챙겨 들고 교문을 나섰다. 늘 다니던 골목길로 접어든다. 골목 어귀 은행나무 가로수빛깔이 노랗다. 황금빛이다. 황금빛 골목길을 밟아 언덕을 내려온다. 소화아동병원 앞길에서 신호등을 건넜다. 신호등을 건너면 바로 서울역..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08
어머니의 냄새 어머니의 냄새 권영상 어미개의 본능에 대한 내용이 텔레비전에서 나왔다. 새끼를 낳은지 1주일 됐을 때다. 실험자들은 새끼 강아지와 똑 같은 크기와 빛깔의 다른 강아지를 어미 몰래 새끼들 곁에 놓아두었다. 그러자 어미개는 꼭꼭 찍듯이 그들을 골라 집 바깥으로 밀어냈다. 이번에는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08
내게 온 코비스 경품사기 내게 온 코비스 경품사기 권영상 며칠 전 토요일이다. 퇴근준비를 하려는데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전화 끝자리가 5784지요?” 저쪽에서 아가씨 목소리가 연이어 날아왔다. “축하드립니다. 우리 코비스콘도미니엄 10주년 경품행사에 당첨되었습니다.” 그런 회사 나는 모르고 응모..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05
아내가 집에 없는 밤 아내가 집에 없는 밤 권영상 “여기 좀 들여다 봐요.” 출근을 하려는데 아내가 나를 부른다. 내가 다가가자 아내는 냉장고문을 열어 이거는 밥이고, 이거는 반찬이고, 야채통엔 뭐뭐가 들어있고, 하면서 일장 설명이다. “아유, 당신 없다고 밥 굶겠어. 그러니 걱정말고 잘 다녀와.” 나..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05
내 기억 속의 스무 살 내 기억 속의 스무 살 권영상 직장 때문에 동해안의 s시에 머물러 살 때다. 낯선 그 곳 생활에 도무지 정이 붙지 않았다. 장롱처럼 한 자리에 붙박혀 살지 못하는 나의 성미도 세상을 낯설게 만들었다. 마음을 붙이지 못하다 보니 한 해에 대여섯 번씩 하숙을 옮겼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03
가을볕에 숯을 말리다 가을볕에 숯을 말리다 권영상 모처럼만에 가을볕이 난다. 하늘이 목마르게 파랗다. 창을 열어 축축한 방안 공기를 뺀다. 이렇게 빛나는 일요일, 책상 밑에 놓아둔 숯상자를 꺼낸다. 요 몇 년 전에 사다둔 것인데 그걸 볕에 좀 내놓아야지, 했었다. 숯 상자를 움찔해 본다. 상자가 커서 그런..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03
어, 아직도 행운이 안 오네 어, 아직도 행운이 안 오네 권영상 “서형, 복권 당첨 여태 안 됐어요?” 고향에 내려가 서형을 만나면 농삼아 그런 인사를 한다. “어, 아직도 행운이 안 오네!” 서형은 어깨를 들썩해 보이며 능청을 떤다. 고향이 시골이다 보니 고향 사람들 모두 농사를 짓는다. 서형도 어렸을 적부터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