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매 7

느티나무 길에서 만난 고양이

느티나무 길에서 만난 고양이 권영상 저녁 어스름 시간이다. 동네 산에 올랐다가 느티나무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디선가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났다. 힘없고 연약한 울음소리였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렸지만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다시 울음소리가 들렸다. 길을 따라 난 수로 안이었다. 거기 감장 고양이 한 마리가 울고 있었다. 지나가는 발소리를 듣고 운 모양이다.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내가 한 걸음 다가가자, 후닥 달아날 태세다. 그러면서도 한 녘으론 또 내게 구원의 손을 내밀 듯 그 연약한 목소리로 운다. 며칠 전에 본 그 고양이 같았다. 그때는 비가 왔다. 우산을 쓰고 이 느티나무 길을 가고 있는데 숲 안에서 고양이가 나를 보고 울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 고양이었다. 내가 야옹,..

내가 존재하는 이유

내가 존재하는 이유 권영상 베란다에 십자매 두 마리가 산다. 언젠가 조롱의 문을 밀치고 십자매가 날아 나왔다. 저들도 놀랐는지 소란하게 울었다. 조롱 속에 갇혀 사는 새들로만 여겼는데 넓은 공간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모습에 나도 놀랐다. 그후 그들은 심심하면 조롱에서 나와 난초 화분에 폴짝 앉고, 난초잎에 부리를 부비며 놀았다. 또 언젠가는 거실 텔레비전 위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언젠가는 베란다에 세워둔 플라스틱 빗자루의 비 모숨을 뽑아대고 있었고, 언젠가는 방석의 레이스를 풀어내고, 물통 곁에 떨어진 물을 콕콕 쪼아먹곤 했다. 조용히 그걸 지켜보는 일이란 즐겁다면 즐겁다. 소소하지만 내 안에 잠들어 있는 기쁨이 잔잔하게 살아오르는 느낌을 그렇게 경험하곤 한다. 십자매가 우리집에 온지 벌써 7년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