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나무들 숲 속 나무들권영상 숲 속 나무들이초록모자를 쓰고 있다. 고깔모자처럼 뾰족하거나아니면 둥그런, 아니면 길쭉한. 햇빛 쏟아지는 숲이니까나무들도 햇빛 가릴 모자 하나쯤 필요하지. 가끔 비 오는 숲이니까나무들도 비 가릴 모자 하나쯤 필요하지. 숲으로 가을이 지나간다.나무들이 작별 인사를 하듯 모자를 벗는다. 2024년 14집 내동시 참깨동시 2024.10.26
할머니의 손 할머니의 손권영상 내가 아플 때할머니는 사과 속을 긁어주셨지. 잠자리에 누운 나를 앉혀놓고숟가락으로사각사각 사과 속을 긁으시던 손. 아, 하렴!이윽고 달콤한 사과속을내 입에 넣어주실 때나는 간신히 받아 꼴깍, 넘겼지. 꼴깍! 그 소리에할머니는 내가 살아있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여 오올치! 하시며사과속이 묻은 내 입가를 훔쳐주셨지. 2024년 14집 내동시 참깨동시 2024.10.26
세모집 세모집권영상 세모 집에세모 방 창문도 세모 창문이죠,세모 책상, 세모 거울, 세모 달력,컴도, 연필도. 나는 세모로 만든 케익을 좋아하죠.세모로 불어가는 풀바람도. 오후면 세모 방안에 세모 난 햇살이 덜컹 굴러와 앉고 세모 머리 사마귀가제 집인 듯 내 세모 방에 잠깐 들렀다 가죠. 2024년 11월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4.10.19
장터에서 장터에서권영상 종다래끼 안에햇강아지 한 마리. 귀가 접혔다.눈이 똘망똘망하다. 장터에 왁자지껄 이야기하는 사람들. 강아지가종다래끼 아구리를 잡고 일어서서빠꿈히 바깥을 내다본다. 하루종일기다려도 오지 않는그 사람. 2024년 11월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4.10.19
고삐 고삐권영상 민속박물관긴 회랑 벽에 우두커니 걸려있다. 가까이 다가가자빈밭을 갈던누렁소의 워낭소리가 들린다. 누렁소를 움켜쥐고온종일 일을 하던 너는 그 커다란 밭과밭을 갈던 소는 어디에 두고혼자 벽에 걸려있다. 어디선가 이랴! 하는 부지런한 옛사람의목소리가 들린다. 2024년 재능기부 동시 내동시 참깨동시 2024.10.07
해바라기의 슬픔 해바라기의 슬픔권영상 해바라기가 바라보는 곳엔언제나 눈부신 여름해가 있지. 뜰앞에 우뚝 선해바라기처럼 당당하게 피는 꽃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러나 해바라기에게도 몹시 아픈, 말 못 할 슬픔이 있지. 걸어온 길을뒤돌아보지 못하지. 2024년 49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