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물에 띄우는 종이배 권영상 안성에 내려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아내가 쑥 타령이다. 쑥을 캐기엔 지금이 적당한 시기다. 지금이란 벚꽃이 지고 복숭아 과수원의 복사꽃이 분홍으로 필 때다. 아내의 머릿속엔 지난해 이즈음에 캐던 봄쑥이 단단히 입력되어 있거나 아니면 시절을 이해하는 힘이 생긴 듯하다. 멀쩡한 사내가 여자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쑥을 캐는 게 마음 내키지는 않지만 그걸 거절할 배짱도 내겐 없다. 아내를 따라 시장 가방에 음료수며 간식거리를 넣어 들고 지난해에 캐던 그 논벌 그 논둑으로 나갔다. 물을 받아놓아 논엔 물이 찰랑거렸고, 논둑엔 민들레며 냉이 쑥이 한창 크고 있었다. "우리 논엔 약 안 치니까 얼마든지 캐세요. “ 지난해다. 우연히 이 논둑에서 논둑 손질을 하는 주인어른을 만났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