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111

《올해의 좋은 동시 2023》해설

《올해의 좋은 동시 2023》해설    풍요롭고 다채로운 동시 읽기권영상   《올해의 좋은 동시 2023》역시 지난해처럼 새롭고 신선하고 다채롭다.젊은 시인들의 시일수록 더욱 그렇다. 표현의 자유로움과 다루고자 하는 세계가, 이를 테면 짧고 간결한 문장으론 다룰 수 없는 영역으로의 초대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그것은 아마 다양한 직업군, 동시 창작자로서의 당당함, 시의 바깥에서 중심부로 진입해 들어오는 적극성과도 연관이 있겠다.시에 집중하지 않으면 시가 말하려는 것에 가 닿기 어려운 점, 우리 동시가 깊은 통찰의 산물이 되려하기보다 가벼운 쪽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나 하는 우려 등이 초기엔 없지 않았다.하지만 올해의 동시를 일별하면 시력이 풍부한 시인들은 나름대로 동시의 본성을 살리면서 시를 더욱 친근하고..

문학비평 2024.09.23

나의 동시 나의 이야기

참새야, 미안해권영상   참새 깃털하나길섶에 떨어졌다. 오늘밤요만큼참새가 추워하겠다.  -‘깃털’  솔직히 참새에 대해 미안한 게 많다. 내가 쓴 시들 때문이다.참새들은/ 지도를 가지고 있지./ 그걸로 마을의 경계를 넘지 않고 / 편안히 사는 데 쓰지.// 개똥지빠귀도 지도를 가지고 있지./ 그걸로 마을의 경계를 넘어/ 험난한 시베리아로/ 날아가는데 쓰지. ‘지도’라는 시다. 듣기에 따라서는 텃새와 철새의 숙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도에 얽매여 경계를 넘지 못하는 참새들을 은근히 비꼬고 있다. 나는 그때 그걸 발표해놓고 혹시 어떤 참새분이 쩝쩝 입맛을 다실까봐 걱정했다.‘참새의 하늘’이란 시에서는 참새는 마을 초가지붕 높이 이상의 푸른 하늘을 탐내지 않는다고 쓴 적도 있다. 그 시 역시 빈정거림이 약간 ..

문학비평 2024.06.30

새의 뼈처럼 간략한 동시

여는 글 새의 뼈처럼 간략한 동시권영상 동시를 쓰며 살아온 지 오래 됐네요. 45년이나 됐군요. 참 무던히도 긴 세월이었네요. 20대 후반에 등단했으니 내 인생의 가장 푸른 시기를 동시 장르에 바쳐온 느낌입니다. 초기엔 왜 어른들이 동시를 쓰느냐, 그런 말을 듣기도 했지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써 온 걸 보면 내가 무던하거나 어리석거나 아니면 동년배 동시인들이 있어 주었고, 선배님들이 자리를 지켜 주셨기 때문이겠죠. 그 덕분에 지금은 시인이라면 누구나 동시집 한 권 갖고 싶어하는 때에 이르렀지요. 오랫동안 동시를 써온 덕에 어떤 글이든 쉬운 말로 따스하게 쓰는 법을 익혔지요. 그게 누구 탓인지는 몰라도 세상의 모든 글쓰기가 지금 그렇게 가고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친구들에게 동시집을 한 권씩 쥐여주면 ..

문학비평 2024.06.22

오지연 동시집 <개미야 미안해> 해설

울새들아, 안녕! (권영상, 시인, 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 아침에 함박눈이 내렸어요. 그때 나는 눈으로 울새 두 마리를 만들어 배롱나무 가지에 올려놓았지요. 예쁘게 노래하렴! 그러고 점심 무렵에 나가 보니 울새가 사라지고 없었죠. 아니, 그 사이에? 날아갔다면 어디로 날아갔을까? 내가 생각나면 혹시 연락쯤 해주지 않을까? 막 그러고 있는데 방안에서 휴대폰 수신음이 들렸지요. 옳지. 울새들이구나! 하며 달려가 휴대폰을 집어들었지요. 여보세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쪽 울새 목소리를 기다렸지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제주도 사는 오지연입니다. 울새가 아니고 울새처럼 예쁜 목소리를 가진 오지연 시인이었습니다. 나는 오지연 시인을 아주 잘 알지요. 아주 재미있게 시를 쓰시는 흥미로운 시인이지요. 제주가 ..

문학비평 2024.04.07

현경미 시인 동시집 해설

16년 침묵으로 꼭꼭 빚어 만든 시 권영상 창밖에 여름비 내리는 6월입니다. 뜻밖에도 현경미 시인의 동시집 원고를 만났습니다. 여름비 내려도 꽃은 피어야 하죠. 꽃 핀다 해도 여름비는 또 여름에 내려야겠죠. 시인 역시 여름비 내려도 비 오는 날의 꽃들처럼 세상에 동시집을 내놓아야겠죠. 현경미 시인을 만난 건 2007년 1월, 대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서였지요. 그때 나는 심사를 했고, 현경미 시인은 화려하게 당선 되셨지요. 그 후, 소식이 뚝 끊어졌습니다. 시인이 살고 있는 쪽에서 발행되는 문학지가 집에 오면 나는 혹시나 하고 제일 먼저 현경미, 그 이름부터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죠. 그렇게 시인의 소식은 가물가물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었지요. 근데 여름비가 시작될 때, 수국이 한창 필 때, 뜻밖의 전화 신..

문학비평 2023.12.17

꺼질 줄 모르는 유미희 시인의 동심

꺼질 줄 모르는 유미희 시인의 동심 권영상 유미희 시인이야 말 안 해도 동시 잘 쓰신다는 거 다 아시죠. 연필시문학상 제 2회 수상자이셨죠. 그 무렵이 동시가 한창 꽃 피던 때가 아닌가 해요. 시에 임하시는 자세가 반듯하고, 현실을 보시는 마음이 살뜰한 것도 유 시인의 꼼꼼하신 성미 탓이 아닌가 합니다. 서산에 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이정록 시인을 만나 그 저녁에 뜻하지 않게 유미희 시인을 보았죠. 셋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일이 어제 일처럼 떠오르네요. 그때도 우리 유미희 시인은 시 이야기를 할 때면 표정이 진지하고 반듯했죠. 7.8년은 됐을 적의 일입니다. 모 출판사에 동시집 를 내고 아마 한 일 년쯤 지난 뒤였을 거예요,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은 유미희 시인이 동시집 내준다는 곳에서 펑크 나는 바람에..

문학비평 2023.11.12

상상의 힘과 스토리텔링

상상의 힘과 스토리텔링 -삼국유사를 중심으로 (발표자, 권영상) 1. 일연, 어떤 분인가 일연은 고려 21대 희종 2년(1206) 경상도 경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꿈에 어머니의 몸에 사흘 동안 해가 비춘 뒤 태어났다고 한다. 이 해는 칭기즈칸이 몽골제국을 건설한 해이며, 일연은 태어나면서부터 고려 무신정권(1170년-1270년)과 몽골 침입(1231년-1270년)의 한 복판에서 살았다. 9살에 현 광주광역시 인근 무량사로 출가하였으며, 14살에 설악산 진전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22살에 승과에 합격하고 대구 비슬산을 중심으로 수행하였다. 78세에 국사가 되었고, 이듬해 왕의 곁을 물러나 지금의 군위에 있는 인각사로 내려왔다. 군위에는 아들을 출가시킨 뒤 홀로 70년을 사신 노모가 있었다. 그러나 안타..

문학비평 2023.09.19

아동문학가 권영상 선생님과 함께

특집 1. 작가 인터뷰 (11) 아동문학가 권영상 선생님과 함께 -대담 엄소희 엄소희: 선생님,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권영상: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엄소희 시인과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저도 반갑고 고맙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 선생님, 동시 쓰신지 오래 되셨지요? 음, 1979년에 등단하셨으니 올해로 44년이나 되셨네요. 저도 동시를 쓰면서 늘 궁금한 게 있어요. 동심이에요. 동시가 동심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시라는 건 누구나 아실 텐데. 초보적인 질문 같지만 동심이란 뭔가요? 권: 저도 그걸 한 마디로 말씀드리기가 머뭇거려집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소개해요. 아빠를 배웅하러 엄마랑 공항..

문학비평 2023.09.08

이 계절의 좋은 시 읽기

이 계절의 좋은 시 읽기 이 계절의 좋은 시 읽기 소개글을 넣어주세요. cafe.daum.net [이화주 추천]권영상/소리 열매(2023년 가을호) (추천 이화주) 소리 열매 권영상 여름이 오면 맴맴이라는 소리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그 노래하는 열매는 이 숲의 나라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맴맴 맴부랑 굵어간다. 그 맛은 달콤하게 익는 오디 맛이 아니라 귀가 먹먹할 정도로 짜르르르, 그에게서 푸른 파도 소리가 난다. 여름방학이 오면 이 마을 어떤 아이들은 그물 아구리가 큰 장대를 들고 맴맴맴이라는 소리 열매를 살곰살곰 따러 다닌다. ―《시와소금》, 2023년 봄호 ■ 시 읽기 권영상 시인의 시는 어디서 만나든 감탄을 자아낸다. 그의 시는 마치 ‘독자를 잃어갈까 봐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

문학비평 2023.09.03

<작가와의 만남: 이 시대 대표 동시인에게 듣는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분의 시인에게서 자신만의 고유한 시 세계와 동시의 매력에 대해 듣는다. (사전접수) 사회: 송선미 출연: 권영상, 김륭, 김개미 단행본용 최종원고 5월 말까지 수합 [0작가 소개] “작가와의 만남, 이 시대 대표 동시인에게 듣는다” 사회를 맡은 송선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심의 바다, 부안 한국동시축제”의 자리에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세 분 동시인을 모신 자리에 사회를 진행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세 분 선생님, 건강하시죠?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권영상: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대표 동시인’에 저를 끼워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키 큰 대표 동시인’ 하면 금방 수긍이 갈만한데 아직 ‘이 시대 대표 동시인’에 끼기는 좀 이른 것 같습니다. 내소사, 곰소, 채석강..

문학비평 202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