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111

「밥풀」과 제 5공화국

「밥풀」과 제 5공화국 권영상 밥상을 들고 나간 자리에 밥풀 하나가 오도마니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바깥을 나가려든 참에 다시 되돌아보아도 밥풀은 흰 성자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 바쁜 발걸음 아래에서도 발길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밟히면 그 순간 으깨어지고 마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도 없이 이 아침 분주한 방바닥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이 어린 성자의 얼굴로..... - 「밥풀」 전문 이 작품은 여섯 번째 동시집 『밥풀』(1991. 동화문학사)에 수록된 표제 동시다. 이해인 수녀님께서 중앙 모 일간지 ‘나를 흔든 시 한 줄’(2014. 1. 18)에 이 동시를 소개함으로서 널리 알려졌다. 방바닥에 떨어진 밥풀이 발길에 밟힐지 모르는 두려움을 떨치고 성자의 모습으로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는, 제법 ..

문학비평 2021.08.11

내 책 내가 말한다

동시집 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하여 권영상 동시집 는 2020년 10월 상상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저의 스물한 번째 동시집으로 52편의 시가 실렸습니다. 책을 말할 때 그 시대를 떠나서 말할 수 없듯 도 우리가 사는 시대를 담으려고 애썼습니다. 특히 공생에 대하여 고민했습니다. 참새 깃털 하나 길섶에 떨어졌다. 오늘 밤 요만큼 참새가 추워하겠다. -깃털 나도 소중하지만 내가 소중한 만큼 타자도 소중하지요. 세상이 모두 함께 따뜻이 살아가려면 약자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보살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공생의 가장 기초적인 심성이 아닐까 싶어요. 바람도 없는데 풋감이 떨어진다. 엄마, 감나무는 왜 아까운 풋감을 자꾸 떨어뜨리지요? 얘야, 내 거라고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란다. -풋감과 감나무 누구나 소..

문학비평 2021.07.17

권영상, 이주홍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출처: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51612251333174 스무 번째 퍼져나가는 이주홍 문학의 향기 제20회 이주홍문학축전 4개 행사 진행 중 이주홍문학상 권영상 정인 황선열씨 선정 이주홍문학재단(이사장 류청로)은 아동문학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했던 향파 이주홍(1906~1987) 선생을 기리는 제20회 이주홍문학축전을 열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대면-비대면의 행사 4가지를 연다. 28일 이주홍문학관에서 2가지 행사가 열린다. 오후 6시 30분 1층 향파문학당에서 제41회 이주홍문학상 시상식이 열린다. 제41회 수상자로 아동문학 부문에 동시집 를 낸 아동문학가 권영상(68) 씨, 일반문학 부문에 소설집 을 낸 ..

문학비평 2021.05.18

권영상 동시집 <고양이와 나무> 해설

권영상 동시집 해설 공존의 동시를 띄우다 김태호(춘천교대 교수) 1. 시는 왜 존재하는가? 그런 때가 있습니다. 문득 산다는 게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세상이 어떻게 가능하고,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살아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질문을 내면에 품고 살아갑니다. 이 질문에 완벽히 답한 이는 없었지만,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열중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학자들입니다. 그들은 자연, 인간, 사회를 연구하여 지식을 생성합니다. 그 결과가 학문입니다. 우리는 지식의 체계 속에서 세상을 이해합니다.여기,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시입니다. 시는 학문과는 다른 방식으로 답을 추구합니다. 시인들은 우주와 인간, 사물에 감춰진 비밀을 들춰냅니다. 시인은 우주를, 인간을,..

문학비평 2021.01.11

올해의 좋은 동시집, 선정

입력: 한국동시문학회 카페, 2020년 12월 31일 •제19회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심사평 60년 시력 변함없는 자세와 무궁무진한 소재의 다양성 돋보여 - 신현득 동시집 『동시의 눈 과 귀』, 제19회 ‘우리나라동시문학상’ 수상 작품집으로 뽑으며 제19회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수상 후보작은 모두 21권이었다. 후보 작품집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각 12권씩 뽑아 순위를 매겨 심사표를 제출해 달라는 사무국의 주문이 있었다. 사무국에서는 점수를 계산해 다시 10권의 심사표를 심사위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12월 30일 본심 화상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누가 심사위원인지 서로 알 수가 없었고, 화상이 열리고 나서야 서로를 알아봤다. 다시 추려진 10권을 놓고 심사위원 세 명은 화상 회의를 통해 한..

문학비평 2021.01.09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시어의 변용-하청호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시어의 변용-하청호 권영상 오래 전, 동인활동을 하며 하청호 시인을 가까이서 뵐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지요. 하청호 시인이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사실 그보다는 ‘하청호 선생님’이라는 지칭이 옳습니다. 그분은 문단과 교단과 또한 인생의 선배이시고, 저 또한 통상 그렇게 부르며 가까이 해 왔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이 자리에서는 자칫 정분으로 흐를까 싶어 외람되이 ‘하청호 시인’, 또는 ‘시인은’ 이렇게 부를 수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그때, 그러니까 동인활동을 할 때, 제가 하청호 시인에 대해 받았던 인상은 모던한 풍모에 격조 있는 화술과 내면이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점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여전히 시 또한 곡진한 정감이 배어있는 서정시 풍입니다. 그때 하청호 시인으로부터 들..

문학비평 2020.12.08

아이들은 달팽이처럼

책동네 책동네 - 오마이뉴스 모든 시민은 기자다 m.ohmynews.com 아이들은 달팽이처럼 씩씩하게 나아간다 [시골에서 동시 읽기] 권영상, 최종규(함께살기) 등록 2015.09.09 18:06수정 2015.09.09 18:07 인기기사 더보기 실 뭉치가 있으면 아이들은 꼭 실 뭉치를 노립니다. 왜 노리는가 하면, 실 뭉치를 굴리면서 놀고 싶기 때문이에요. 두 아이가 있으면 한 아이가 끝을 잡고 다른 한 아이가 길게 이으려 합니다. 처음에는 커다란 공이던 실 뭉치가 차츰 작아지면서 끝도 없이 길게 늘어지는구나 하고 느끼기 때문에 재미있어서 이 놀이를 멈추지 않습니다. 노는 아이를 나무랄 수 없습니다. 차근차근 타이릅니다. 얘야, 이 실 뭉치로 어머니가 무엇을 하든? 뜨개를 해요. 어떤 뜨개를 하든? ..

문학비평 2020.10.03

감각과 깊이의 조화 – 책 「아, 너였구나!」

감각과 깊이의 조화 – 책 「아, 너였구나!」 자녀교육자료 2017. 8. 3. 안녕하세요? 지금까지 EBS 교육방송에서 제작하여 선풍적인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가족의 발견(2014) 부모-부모광장 (2015) 프로그램을 소개하여 왔습니다. 맞벌이 부부, 장수하는 노인들, 저출산 등으로 생산가능인구(만 15세부터 64세까지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국가의 장래를 우울하게 합니다. 문제는 가족의 일탈현상으로 범죄가 차츰 늘어나고 있어서 우리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 마련하여 왔었는데, 이제부터는 좀더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려고 교육정보 종합서비스망인 에듀넷을 통하여 지도 자료를 제공받아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명언을 들어봤을 것입니..

문학비평 2020.09.28

행복을 위해 잠시 멈출 줄 아는 일, 김현숙 동시집

행복을 위해 잠시 멈출 줄 아는 일, 김현숙 동시집 권영상 김현숙 시인의 와 마주 앉습니다. 행복합니다. 아무리 덥다해도 7월 볕으로 참나리는 피고, 글라디올러스는 향기를 뿜네요. 그렇듯이 여름날의, 시인의 시 바구니에서도 시의 향내가 담뿍 납니다. 그 향내 사이로 데구르르 굴러나오는 것, ‘축구공 하나’ 있습니다. 여름 한낮 축구공 하나가 동네 아이들 다 데리고 나왔다 학교 운동장으로 언젠가 시인들의 시를 읽는 자리가 있었지요. 나는 거기서 이 시 ‘축구공 하나’를 발견하고는 세상에나! 하고 놀랐지요. 김현숙 시인은 그후 첫 번째 동시집 를 출간했는데 거기에 실린 시들 모두 또 다른 이름의 축구공들처럼 제 눈을 사로잡았지요. 김현숙 시인의 시가 그렇게 특별한 것은 머리말에서 밝힌 시인의 이런 말과 관련..

문학비평 2020.09.02

쉬운 문체로 씌여진 소화력 좋은 빵, 엄기원 동시집

쉬운 문체로 씌여진 소화력 좋은 빵, 엄기원 동시집 권영상 엄기원 시인은 1937년 강릉에서 태어나셨습니다.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으니 올해로 글 쓰신지 근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 사람이 동시라는 한 분야를 평생 다루고 가꾼 셈입니다. 오직 어린이문학에 충실히 복무한 시인입니다. 엄기원 시인은 저의 고향 선배이시고, 또 문단의 아주 높은 선배이십니다. 제가 처음 동시를 배울 때도 선생님의 동시를 통해 익혔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이 자리에서 ‘엄기원 시인’이라는 말을 쓰기도 매우 주저되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자리가 자리인 만큼 이 말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제게 이 글을 부탁해 주셨고, 제가 이 글을 머뭇거림 없이 받았다는 게 그 죄임을 먼저 밝힙니다. 엄..

문학비평 2020.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