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반찬이 이젠 싫다 권영상 지난해 추석이 가까워올 무렵다. 친구랑 순댓국 약속을 했다. 여기 백암 근방에 사무실을 둔 김포가 집인 친구다. 그도 나처럼 가끔씩 집을 오르내린다. 그러니 사는 방식도 비슷하다. 그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밥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점심 약속이다. 그 밥이 꼭 비싸고 품위 있을 필요는 없다. 한 끼면 되니까. 재미나게 순댓국을 먹고 복개도로를 따라 걷고 있을 때다. “이 봐요! 가지 좀 드릴까?” 복개로 아래 우묵한 밭에서 일흔은 됨직한 분이 우리를 불렀다. 왜 그랬을까. 우리 행색에서 밥해먹는 냄새라도 맡은 걸까. 그분은 우리의 대답은 듣는 둥 마는 둥 수레에 따놓은 가지를 우리에게 던져 올렸다. 우리는 밑을 내려다보며 던져 올리는 가지를 받았다. 받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