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손 할머니의 손권영상 내가 아플 때할머니는 사과 속을 긁어주셨지. 잠자리에 누운 나를 앉혀놓고숟가락으로사각사각 사과 속을 긁으시던 손. 아, 하렴!이윽고 달콤한 사과속을내 입에 넣어주실 때나는 간신히 받아 꼴깍, 넘겼지. 꼴깍! 그 소리에할머니는 내가 살아있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여 오올치! 하시며사과속이 묻은 내 입가를 훔쳐주셨지. 2024년 14집 내동시 참깨동시 2024.10.26
요즘 우리 할머니 요즘 우리 할머니 권영상 할머니 옷장 서랍을 연다. 하나 둘 사라지던 내 연필과 지우개가 거기서 나온다. 꽃삽이 나오고 그렇게 찾아도 없던 할머니 구두가 나온다. 할머니는 요즘 할머니의 세상을 서랍 속에 만들고 있다. 묵은 탁상달력, 빈 콜라병, 신으시던 양말, 믹스커피 봉지……. 요즘 할머니 세상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서랍만해지고 있다. 2023년 봄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3.02.14
세 시간 거리 세 시간 거리 권영상 여기서 세 시간 거리. 할머니 집 밤하늘은 다르다. 더 캄캄하다. 풀벌레가 울어 더 조용하다. 별들이 자두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더 반짝인다. 할머니, 저 별들도 할머니가 키우셨나요? 워디. 저절로 컸지. 2022년 11월 45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2.11.01
유모차 유모차 권영상 할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온다. 거기 수박 하나 덩그러니 앉아 있다. 아기들은 이제 우리나라로 오지 않는다. 42호 2022년 여름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2.06.25
내가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 내가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 권영상 내가 예전에 할머니에게 들은 옛날이야기들은 다 똑 같았지요. 맨 마지막은 행복하게 끝났지요. 처음엔 슬프다가도 맨 끝에 가면 언제나 행복했지요. 할머니, 또 행복하게 끝나는 거야? 할머니 무릎에 누운 채 투덜대면 할머니는 이 말씀을 하셨지요. 그래. 세상 모든 일의 끝은 다 행복하단다. 우리 강아지 인생도 그럴 테지. 나는 지금도 할머니의 그 말씀을 믿지요. 세상 모든 일의 끝은 다 행복하다는. 권영상 동시집 사계절출판사 2009년 내동시 참깨동시 2021.03.17
아부지 방귀 아부지 방귀 권영상 아부지 방뎅이가 뿌웅! 소리친다. 대문을 나서던 할머니가 다시 들어오신다. -애비야, 불렀냐? <소년문학> 2020년 3월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0.01.15
선물 선물 권영상 할머니집에 들어서자 할머니가 아빠 보고 그러셨지. 이렇게 좋은 선물을 가져왔구나! 별거 아니에요. 오다가 사과 좀 샀어요. 아니 그 말고 우리 진홍이. 진홍이요? 장난만 치는 진홍이가 선물은 무슨. 그러니까 귀한 선물이지. 장난치는 사과가 어디 있겠니? <시와 동화> .. 내동시 참깨동시 2019.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