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권영상 식탁에서 간장종지가 사라졌다.어린 시절엔 밥상에 꼭 간장종지가 올라왔다. 콩알만 해도 대범하게 밥상 한가운데에 앉았다. 하얀 사기종지거나, 파란 청자 종지였다. 명절 끝이면 놋그릇 종지가 나왔다. 종지는 작고 오목하다. 그릇답지 않게 잔망스럽거나 또릿또릿하다. 간장종지에 담기는 간장은 뒤란 간장독에서 갓 떠온 오래 숙성된 검은색 간장이다. 밥상에 국수가 나올 땐 쪽파나 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들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린 양념간장이 나온다,이 무렵, 간장이 하는 일은 국맛을 각자 입맛에 맞게 내는데 쓰였다. 한 식구여도 연세 많으신 아버지 입맛이 다르고, 막내인 나의 입맛이 달랐다. 가끔씩 전이 올라올 때가 있다. 명절에 지진 전은 오래 간다. 그걸 상에 올릴 때 간장종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