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언제나 밤은 언제나 권영상 밤은 조심스럽다. 조금만 부주의해도 딸깍, 그릇 부딪는 소리를 낸다. 밤은 잠들지 못 한다. 조금만 부주의해도 꼭 잡은 별을 이크, 놓쳐버린다. 밤은 마음 쓰인다. 조금만 부주의해도 부엉이 부엉, 한숨지으며 운다. 2022년 겨울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2.10.21
별에서 살다온 사람 별에서 살다온 사람 권영상 고층 빌딩 옥상에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마치 별에 사는 나무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빌딩이 고층인데다 그 고층 빌딩이 서 있는 곳이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다. 높은 언덕 위에 있는 고층빌딩이고 보면 그 까마득한 옥상 위의 나무가 왠지 별에 사는 것처럼 낯설다. 먼 이웃 별들과 밤이면 서로 소통하며 지낼 것 같은 신비감도 든다. 나무가 거기 별에 있는 것이 맞는다면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곳 역시 별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쪽 별 위를 걸어가며 그 회색별의 나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나는 오래 전에 이 별에 와 살고 있다. 이쪽에 온 생명은 누구나 언젠가는 그 어느 쪽으로 가게 되어 있다. 나 역시 이렇게 살다가 언젠가는 어느 별로 가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22.06.01
아빠 그쵸 아빠 그쵸 권영상 아빠, 먼데서 보면 아빠도 저도 반짝이는 별이라는 그분의 말씀, 생각해 보니 맞죠. 그쵸? 외로워해 본 적 있는 사람은 제 마음 속 별을 본다는 그 말씀도요. 그쵸? 아빠, 달팽이도 솔부엉이도 사람처럼 마음 속에 별이 있는거죠. 그쵸? 요 조끄마한 콩벌레도 물론 별이겠죠? 그쵸? 그렇구말구. 아빠! 그러고 보니 세상에 별 아닌 게 없네요. 그럼. 다 소중하지. 2021. 내동시 참깨동시 2021.09.25
하얀 조개껍질 하얀 조개껍질 -세월호, 그 자리에 서서 권영상 그 바다가 한결 차분해졌다. 파도소리도 이제 좀 부드러워졌다. 그제서야 물밑에 조개껍질 하나 보인다. 어른거리는 물결에도 눈에 또렷하다. 그 동안 조개는 제 몸을 굴리고 굴려 깊은 바다에서 여기까지 홀로 나왔다. 나는 발을 적시고 들어서서 별을 건지듯 조개껍질을 건져 품에 넣는다. 2021년 2월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1.01.14
별이 떴나 하고 별이 떴나 하고 권영상 밤에 마당에 나와 하늘을 본다. 별이 떴나 하고. 내가 아니어도 별은 뜰 테지만 별을 살핀다. 혹시 빠트리고 나온 별이 있나 하고 별자리 별들을 세어본다. 하나 둘 셋, 오리온. 하나 둘 셋 넷 다 여 일곱. 북두칠성, 하고. 2021년 봄호 내동시 참깨동시 2021.01.03
다락방에서 하룻밤을 다락방에서 하룻밤을 권영상 때로는 다락방에 올라가 자 봅니다. 거긴 이부자리가 없으니 이부자리를 들고, 전기담요며 베개를 주섬주섬 들고 올라가지요. 허리를 펴면 천정에 머리가 닿아 구부정히 다녀야하는 좁은 공간입니다. 왜 이런 방을 만들었는지, 집을 지은 목수의 뜻이 궁금할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9.01.01
빛나는 별이 되어주어 빛나는 별이 되어주어 권영상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에 사람 흔적이 있다. 작은 돌무더기다. 돌은 여남은 개 그 앞에 어른 손바닥만한 돌이 세워져 있다. 아이들 냄새가 났다. 아니나 다를까 세워놓은 돌에 삐뚤빼뚤 연필 글씨가 보였다. ‘앵무야, 빛나는 별이 되어줘’ 그러고 보니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8.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