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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살다온 사람

별에서 살다온 사람 권영상 고층 빌딩 옥상에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마치 별에 사는 나무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빌딩이 고층인데다 그 고층 빌딩이 서 있는 곳이 이 근방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다. 높은 언덕 위에 있는 고층빌딩이고 보면 그 까마득한 옥상 위의 나무가 왠지 별에 사는 것처럼 낯설다. 먼 이웃 별들과 밤이면 서로 소통하며 지낼 것 같은 신비감도 든다. 나무가 거기 별에 있는 것이 맞는다면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곳 역시 별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쪽 별 위를 걸어가며 그 회색별의 나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나는 오래 전에 이 별에 와 살고 있다. 이쪽에 온 생명은 누구나 언젠가는 그 어느 쪽으로 가게 되어 있다. 나 역시 이렇게 살다가 언젠가는 어느 별로 가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아빠 그쵸

아빠 그쵸 권영상 아빠, 먼데서 보면 아빠도 저도 반짝이는 별이라는 그분의 말씀, 생각해 보니 맞죠. 그쵸? 외로워해 본 적 있는 사람은 제 마음 속 별을 본다는 그 말씀도요. 그쵸? 아빠, 달팽이도 솔부엉이도 사람처럼 마음 속에 별이 있는거죠. 그쵸? 요 조끄마한 콩벌레도 물론 별이겠죠? 그쵸? 그렇구말구. 아빠! 그러고 보니 세상에 별 아닌 게 없네요. 그럼. 다 소중하지. 2021.

하얀 조개껍질

하얀 조개껍질 -세월호, 그 자리에 서서 권영상 그 바다가 한결 차분해졌다. 파도소리도 이제 좀 부드러워졌다. 그제서야 물밑에 조개껍질 하나 보인다. 어른거리는 물결에도 눈에 또렷하다. 그 동안 조개는 제 몸을 굴리고 굴려 깊은 바다에서 여기까지 홀로 나왔다. 나는 발을 적시고 들어서서 별을 건지듯 조개껍질을 건져 품에 넣는다. 2021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