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가 있는 풍경 권영상 내려야할 전철역을 놓쳤다. 정신을 딴 데 파느라 한 정거장 더 가고 말았다. 역에서 내려 지상에 올라와 보니 알겠다. 봄이 깊다. 가로수들은 이미 녹음으로 우거졌고, 햇빛이 덥다. 놀이터를 지나고, 음식점 골목을 지나고, 한길을 건넌 뒤 느티나무 그늘 벤치에 잠시 앉았다. 무심코 눈이 가는 곳에 갤러리가 있다. 일어나 그리로 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그림을 보는 이는 나 하나뿐. 한 바퀴 빙 둘러봤다. 성격이 다른 네 화가의 공동전시회다. 그 중에 내 눈에 띈 그림들이 있었다. 사다리를 주제로 한 풍경이다. 사다리는 이층 옥상에 세워져 있거나 이팝나무 꽃 가득 핀 나무 둥치거나 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 걸쳐져 있었다. 나는 사다리가 있는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 마치 내가 그 사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