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10

나를 만나러 가는 길

나를 만나러 가는 길 권영상 가끔, 또는 종종 동네 산에 오른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집을 떠나 온전히 홀로 있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늘 오르는 산은 말이 동네 산이지 큰 산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다 지니고 있다. 절벽이 있고, 골짝이 있고, 비 내리면 작지만 폭포가 생겨나고, 너무 으슥해 약간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물론 하늘을 가리는 나무숲이 있고 가끔 고라니도 만난다. 그중에서도 으슥한 숲으로 길게 난 평탄한 오솔길이 좋다. 그곳에 들어설 때마다 떠오르는 곳이 있다. 수렴동 계곡을 따라가는 긴 산길이다. 수렴동 계곡은 백담사에서 봉정암으로 가는 계곡이다. 거기도 처음엔 울창한 숲속을 향하여 난 길고 평탄한 오솔길이 있다. 그..

무모함에 나를 던진다

무모함에 나를 던진다 권영상 하늘이 잔뜩 무겁다. 금방이라도 비 오겠다. 휴대폰 날씨 앱을 열었다. 곧 비다. 두 시간 동안 20밀리. 비 온다는 데도 나는 마치 비 마중을 가는 사람처럼 서둘러 집을 나와 산을 향한다. 이럴 때에 보면 나는 좀 무모하다. 산중턱에 오르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거칠다. 솔숲을 빠져나와 참나무 숲길로 들어서면서부터 빗소리는 세차다. 이제 한창 피는 참나무 속잎들은 즐겁다. 환호하듯 비명을 지른다. 숲이 온통 축제 분위기다. 내 몸도 그렇다. 비가 옷 속을 파고들어 나를 간질인다. 머릿카락을 두드리던 빗방울이 춤추듯 이마를 타고 굴러내린다. 몸을 적시는 5월 비의 느낌이 좋다.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머리 위에서 쿵쾅거린다. 요 몇 해 전이다. 설악에서 비를 만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