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6

젤로가 사라졌다(29회) 괘릉과 무함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25. 괘릉과 페르시아인 무함 하늘이 돕다  자식 없이 선덕왕이 홀연 세상을 떴다.몇몇 귀족들이 긴급하게 차기 왕위에 대한 회의에 들어갔다.회의는 쉽게 끝났다.선덕왕의 가까운 친척 김주원을 왕으로 세우기로 하고 3일 뒤 대신회의를 열기로 했다.그때 김주원은 알천 북쪽 20리나 되는 곳이 살았다.근데 대신회의가 있기로 한 날 새벽부터 비는 거세게 내렸다.알천 물이 빠르게 불었다.그날 김주원은 알천을 건너지 못했다.“하늘이 그를 돕지 않는 게 분명하오이다.”“누구도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순 없소.”그치지 않는 비를 내다보며 대신들이 김주원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제 생각도 그러하오이다. 그분 대신 지금 여기 계신 상대등 김경신은 어떠하오? 돌아가신 왕의 사촌 동생으로 덕망이 높고 인품이 ..

민낯을 사랑하는 일

* 고등학교 교과서 수록 지학사 2025 *2015년 11월 10일 '권영상 시인의 오동나무집'에 실린 글임  민낯을 사랑하는 일권영상  “결혼하면 어때?”컴퓨터 속 사만다가 물었다.“누군가의 삶을 공유한다는 기분은 괜찮아.”영화 속 주인공이며, 남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 테오도르의 대답이다. 테오도르는 누군가의 사랑을 공유하고 그 공유한 감정을 글로 전해주는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은 결혼을 하였음에도 외롭고 쓸쓸하다. 그가 어느 날 돈을 지불하고 컴퓨터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깐다. 그 프로그램에 나타난 인물이 바로 사만다, 스칼렛 요한슨이다.   “나는 좀 부족해도 괜찮아. 내가 아닌 누구인 척 살지는 않을래. 그렇게 되면 적어도 쓸쓸해지지 않을 테니까.”인공지능 사만다는 인간 테오도르를..

젤로가 사라졌다 28 -설총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24. 설총 어머니 요석공주의 사랑 “누구 누구 아부진 까까중이래요.”“누구 누구 어무닌 홀어미랬지요.”공부를 하고 돌아오는 총을 만나면 마을 아이들이 놀렸다.“그러지 좀 말라구!”총이 두 팔을 휘두르면 아이들은 뭐가 재밌는지 우루루 달아났다.“우리 아부진 공부하시는 스님이고, 어머닌!”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이 다시 몰려와 놀렸다.“과부 공주였다 이거지?”손고락을 세워 뱅글뱅글 돌리며아이들은 총을 놀리는 걸 즐거워했다.총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지만집에 들어서면 그런 아픔쯤 없던 일처럼 훌훌 털어버렸다.“어머니, 공부 마치고 돌아왔습니다!”극진히 인사부터 드렸다.“그래, 이제 오는구나.”어머니 요석공주는 총을 반갑게 맞아 치맛폭으로 감싸주었다.상처받는 총의 마음을 모를 리..

이 눈부신 아침으로

이 눈부신 아침으로권영상  창밖에 누군가 놓고 가는 이 눈부신 아침.이 아침으로 나는내가 바라던 꿈을 그리겠어요.나는 그 동안 몰라보게 자랐지만나만의 빛깔을 찾지 못했죠.나는 이 아침으로 그 빛깔을 찾아가겠어요.내게 날마다 아침을 보내주시는그분은 누굴까요.그분을 만나면 멋진 나의 꿈을 보여드릴래요.   2024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