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8

젤로가 사라졌다 27회-아비지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23. 아비지 아비가 오다 아비가 국경을 넘어 신라로 왔다.그는 백제 사람으로 당대의 몇 안 되는 목탑 장인이다.신라에 들어온 아비는 벌써 며칠째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우기로 한 자리를 찾아 앉아도 보고 서도 보고 누워도 본다.황룡사는 진흥왕의 명에 의해 세워진 사찰로, 백제의 미륵사와 고구려의 정릉사에 뒤지지 않는거대한 절이다.선덕여왕은 이 웅장한 황룡사 대웅전 앞뜰에9층 목탑을 세워 나라를 안정시키고자 했다.그것을 위해 아비를 불렀다.아비는 황룡사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 골목길을 돌다가,또는 마을 산언덕을 오르다가밭에서 씨앗을 뿌리다가 문득 바라보게 될 9층 목탑을 떠올리곤 했다.그러고 돌아오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문제는 찰주야.’찰주란 탑을 지탱하기 위해 세우는 중심 나무 기둥..

신라의 독특한 스토리 텔링

신라의  독특한 스토리 텔링권영상  1.황룡사에 대한 기록은 이렇다.14년 봄 2월, 임금이 유사에게 명하여 월성 동쪽에 새 궁궐을 짓게 하였는데 누런빛 용이 그곳에서 나타났다. 임금이 기이하다 여기어 사찰로 고쳐 짓고 황룡이라는 이름을 내렸다.삼국사기 제4권 신라본기 제4. 진흥왕 14년의 일이다.이걸 좀 더 덧붙이면 용궁의 동쪽에 명활산이, 서쪽에 선도산, 북쪽에 금강산, 남쪽에 남산. 이 네 산의 정상에서 서로 마주 바라보이는 교차점에 궁궐터를 잡았다. 그런데 그곳은 궁궐을 짓기에 알맞았으나 하필이면 늪이었다. 늪을 메우기 위해 흙을 퍼 나르고 바위를 굴려 넣던 중에 천둥 치고 비 내리던 어느 날, 늪에서 황룡이 나타나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걸 괴이하게 여긴 왕이 궁궐 짓는 일을 포기하고 절을 지었..

젤로가 사라졌다 26회 - 솔거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22. 솔거  산골짝 끝집에서 태어난 아이  산골 마을 끝 집에눈먼 더벅머리 사내가 살았다.그에겐 늙고 병든 어머니가 있었는데, 그가 어머니를 봉양했다.그는 하루 종일 일했고하루에 두 차례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마을 근방 어느 절에 계신다는 부처님을 향해 염원했다.“부처님, 아픈 어무이를 살려주소서.”그의 염원은 하도 간절해들짐승들이 먹을 것을 물어주고날짐승들이 약에 쓰일 열매를 먼 산에서 따다 주었다.그 사내의 이름이 솔거였다.솔거는 종일 일하고, 부처님께 염원하고, 그러고도 하는 일이 하나 더 있었는데 깨어진 사금파리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그는 앞을 볼 수 없지만 자신이 그리는 그림만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깨끗한 마음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미천한 네가 처지에 ..

창문을 연다

창문을 연다권영상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연다.버찌를 물고 새 한 마리 날아간다.꽁지를 깝죽대며 저렇게 좋아할 수 없다.저렇게 깝죽깝죽 좋아할 수 없다.오오, 이런 날은 다 잘 될 것 같다.풀리지 않던 일이 꼭 풀릴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연다.오디를 물고 새 한 마리 날아간다.온몸을 까불대며 저렇게 좋아할 수 없다.저렇게 까불까불 좋아할 수 없다.오오, 이런 날은 다 잘 될 것 같다.오지 않던 친구가 꼭 올 것만 같다.   솔바람 2025년 2월호 제 416호

젤로가 사라졌다 25회- 장보고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21. 장보고  완도에 청해진을 세우다  장보고는 서해를 건너 당나라 산둥반도로 들어갔다.그는 거기서 활과 창 솜씨로 벼슬을 얻어 군중소장이 되었다. 벼슬살이에 익숙해지면서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같은 신라 사람들이 천대받는 게 보였다.바다에서 붙잡혀 온 신라 사람들이 노비로 팔려가는 것도 보였다.“이게 아니다!”그는 남의 나라 벼슬살이를 내던졌다. 그리고 바위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신라로 돌아왔다.내친김에 경주로 들어가 흥덕왕을 만났다.“마마!”장보고는 자신이 그간에 겪었던 일을 아뢰었다.“당이 우리 신라 사람을 잡아다 노비로 팔고 사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나이다. 그뿐 아니라 서남해안엔 해적이 들끓어 뱃길이 어지럽나이다. 제게 군사를 주시면.”거기에 이르자 왕이 품었던 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