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488

젤로가 사라졌다 23회- 기파화랑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19. 기파화랑  신라를 동경하다  신라로 가고 싶다.천년이 걸리든 천오백 년이 걸리든그곳으로 가그곳 살구나무 아래 모여사는 마을에서, 이야기꾼 가득한 골목에서, 보리가 파랗게 자라는 들밭에서, 꽃을 키우는 뜰에서, 바위를 타고 고기를 잡는 바다에서,닭 울음에 귀기울이던 계림 숲에서신라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그들을 만나면 나는 먼저 인사할 테다.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그들의 손을 잡고 반가워요, 반가워요. 할 테다.경주 남산에 올라 머리에 깃을 꽂은 화랑을 만나고, 화랑 중에서도 빼어나고 빼어난기파 화랑을 만나겠다.그를 만나면 그가 얼마나 멋진 화랑이었는지그의 의리가, 그의 우정이 얼마나 사람들을 감동시키는지그가 얼마나 겸손했는지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신라의 나무들이며 풀들이며, ..

젤로가 사라졌다 22회- 궁수 거타지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18. 궁수 거타지 기울어가는 신라  “사신의 임무를 다하고 돌아오겠나이다.”아찬 양패가 진성여왕에게 고했다.“내 그대를 지켜줄 궁수 50명을 줄 터이니 임무를 다하고 오라.”여왕이 대전 바깥까지 따라 나왔다.당나라 사신으로 가는 아찬 양패는 여왕의 막내아들이었다.여왕은 한참 동안 아들 일행이 가는 행렬을 지켜보았다.궁수 50명여명이 따르는 행렬인데도 왠지 초라했다.그 찬란하던 신라도 숱한 반란으로 기울어져 가고, 여왕도 정치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사신 일행이 완도 앞바다에 이르렀을 때다.따르던 시종이 말했다.“완도에 후백제 군사들이 머문다 하니 뱃길을 군도로 바꾸는 게 좋겠나이다.”일행은 그의 말을 따랐다.배가 군도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날씨가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거친 바다는..

젤로가 사라졌다 21회- 화랑 사다함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17. 화랑 사다함  반란 “마마, 반란이 일어났나이다!”전령이 다급하게 대전으로 달려들어왔다.진흥왕은 침착했다.“숨을 가다듬고 말하여 보라. 대체 어디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거냐?”전령이 또박또박 사실을 말씀드렸다.“멸망한 가야 땅에서 가야의 잔여 세력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하옵니다.”전혀 예견 못한 일은 아니었다.그들이 백제와 왜의 힘을 빌어가야를 되찾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음모는 일찌기 들은 바 있었다.그것이 현실이 되었다.이 해가 562년. 9월.“속히 이사부 장군을 부르라.”반란 소식에 갑자기 대전 안이 바빠졌고, 신라가 분주해졌다.이사부 장군이라면 백전노장의 명장이다. 가야나 백제 고구려가 신라 변방을 쳐들어오거나 울릉도 섬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킬 때 장군은 달려가 그곳..

젤로가 사라졌다 19회-원효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15. 원효 길 위에서 깨달음을 얻다 물 한 그릇  원효는 당나라 유학길에 나섰다.의상과 함께 하는 두 번째 도전이다.그때가 661년 문무왕이 왕위에 오른 해였다.당나라엔 유명한 고승 삼장법사 현장이 있었다. 그분은 제자 40명과 함께 온갖 난관을 헤쳐 부처님이 태어나신 인도에 도착했다. 그후 날란다 대학에서 불법을 공부하고 돌아왔다.많은 나라 젊은이들이 이 새로운 공부를 위해 현장 스님을 만나러갔다.“의상, 나는 무지렁이 백성들을 위한 불법을 배워올 걸세.”“원효, 자네의 총명함이 빛날 때가 곧 올 거네.”두 사람은 신라를 위한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긴 여정 끝에 당항포구가 나오는 길목에 들어섰다.찌뿌둥하던 하늘이 끝내 비를 뿌리더니 날도 저물었다. ..

젤로가 사라졌다 18회- 이차돈

(월요 이야기동시 연재)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14. 이차돈  천신을 섬기다  법흥왕은 불교를 들여오길 원했다.막연히 천신의 명을 받아 살아가는 신라가 아닌사람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신라를 만들고 싶은 뜻이기도 했다.그러나 그때마다 6부의 귀족들은 참지 못했다.“아무리 왕이라 하여도 천신의 명을 어기면 아니 되옵니다.”“불법(부처님의 말씀)도 천신을 이길 수는 없나이다.” “궐을 짓거나 우물을 파는 일도 천신에 여쭈옵고, 하늘로부터 그 답을 받아 행해야 하는 법, 불법은 가당치 않나이다.”열을 올리는 부족장들에게 왕이 나직이 물었다.“천신이 사람의 일을 어찌 알며, 사람이 천신의 대답을 어찌 듣는단 말이요?”그러자 사량부 족장이 대뜸 나섰다.“천신은 점괘로 그 대답을 내리나이다. 왕께서 손을 씻으시거나 헛..

권영상 동시집 <동시 백화점> 문학 나눔 도서 선정

동시 백화점세상에 없는 것만 팝니다저자 권영상출판 국민서관  |  2024.4.11.페이지수96 | 사이즈       문학나눔 선정 기사 권영상 동시집 이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2024년도 문학나눔도서로 선정되었다. 2020년에 출간한 동시집 (상상출판사) 역시 2021년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책소개어서 오세요, 날짜를 딱 맞춰서 오셨네요! 오늘 동시 백화점이 개업했거든요.세상에 있었으면 하는 것 중 없는 것만 판매합니다.진열된 상품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동시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실 겁니다.모두 상상이 만들어 낸, 언젠가는 실현될지 모를 그날을 꿈꾸며 쓴 동시들이지요.찬찬히 둘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동시 하나 골라 가세요!그럼 동시 백화점 안에서 오래오래 동시를 즐기기 바라며…...

젤로가 사라졌다 16회- 유화부인

이야기의 바다에 빠지다   12. 유화부인  압록강 가의 봄  강물엔 신이 살았다.물을 다스리는 신, 하백.수선화가 피는 하백의 집엔 예쁜 딸이 셋 있었다.하유화, 하위화, 하훤화.“봄볕이 고우니 어디든 나가 놀다 오렴.”아버지 하백은 딸들에게 파랗게 흐르는 압록강의 봄을 보여주고 싶었다.유화는 동생들을 데리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강가로 나갔다.치마를 걷고 강물에 들어서서발을 씻고 있을 때다.건장한 청년 하나가 수선화 피는 강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그는 강을 건너와 유화 앞에 섰다.금방 꺾은 수선화 꽃묶음을 건넸다.“나는 천제의 아들 해모수요.”청년의 말소리가 봄풀 같이 풋풋했다.“알고 있다오. 북부여의 가장 멋진 남자라는 것도.”유화의 말에 청년 해모수가 빙그레 웃었다.유화가 자기 소개를 했다.“..

할머니의 손

할머니의 손권영상  내가 아플 때할머니는 사과 속을 긁어주셨지. 잠자리에 누운 나를 앉혀놓고숟가락으로사각사각 사과 속을 긁으시던 손. 아, 하렴!이윽고 달콤한 사과속을내 입에 넣어주실 때나는 간신히 받아 꼴깍, 넘겼지. 꼴깍! 그 소리에할머니는 내가 살아있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여  오올치! 하시며사과속이 묻은 내 입가를 훔쳐주셨지.   2024년 14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