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488

젤로가 사라졌다 4회 -김수로왕과 허황후

나라를 세운 사람들 4. 김수로왕과 허왕후 배가 온다 “바다가 온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인가.망산도에 올라 바다를 지키고 있던 유천관이 마을을 향해 소리쳤다.“바다가 배를 띄우고 이쪽으로 온다!”또 한 번 소리쳤다.함께 온 시종 젤로가 왕께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봉수대에 연기를 올렸다.사람들이 꽃을 들고 바닷가로 달려나왔다.그리고 밀려오는 바다를 맞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우리 왕께서 이제 혼일 하실 모양이네.”수로국 사람들은 이제 안심이었다.“하늘이 무심한 게 아니었네.”“그렇다마다. 하늘이 내린 왕이시니 하늘이 왕비를 내려주시는 거지.” 사람들은 꽃을 들어올렸다.붉은 돛을 단, 멋지고 커다란 연꽃 배를 바다가 둥실둥실 띄우며 뭍을 향해 점점 다가왔다.  16살 왕후 바다가 철썩, 하고..

젤로가 사라졌다 3회 -박혁거세

나라를 세운 사람들 3. 박혁거세백마가 내려오다 여기는 신라, 기원전 57년. 안개가 천천히 걷히면서 빛 한 뭉치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백마다!”젤로가 하얀 빛 뭉치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백마가 내려오고 있어!” 젤로의 목소리가 또 한 번 마을을 울렸다. 골목마다 아이들이 밤아람처럼 굴러나왔다.  뭐래? 뭐래? 하며 털부숭이 누렁개들이 달려나왔다. 낮별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워디? 워디? 하며 두건을 쓴 어른들이 달려나왔다. 좀처럼 거둥을 않으시던 고허촌장님이 어기적어기적 걸어나왔다. 백마는 그 사이 양산기슭 우물가에 내려와 으헝으헝 울었다.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애.” 젤로가 앞서 달려가며 말했다. “어쩌면 큰 선물을 가져왔을지 몰라.” 눈초롱이도 뭔가 야릇한 느낌이 있었다. 무..

오늘을 수선해주세요

오늘을 수선해주세요권영상  보내주신소중한 오늘을 실수로 잘못 사용하였습니다.너무 설레는 마음에섣불리 다루다가 그만 망가뜨렸네요.고쳐보려 애썼지만망그러진 부분을되돌려 놓을 수 없었습니다.오늘은 제가 오래 전부터 바라던그 미래라서함부로 버릴 수 없군요.새 것처럼 고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오늘을 보내드립니다. 수선과 함께 연락 주시면고맙겠습니다.받으실 분, 시간을 수선하는 가게 오늘과 내일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수록

달님을 보냅니다

달님을 보냅니다권영상  달님을 보내드립니다.오후 6시까지 신청해 주시면저녁 7시쯤환한 달님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택배 비용은 없네요.달님을 받으실 강이나 개울을 알려주시고그 앞에 조용히 걸어가 기다리시면어김없이 배달이 갈 겁니다.집에서 고즈넉이 혼자 받으실 거라면 방안에 불을 끄고창문을 열어 놓으세요.안내해 드린 설명서를 모두 읽으셨나요? 그렇다면 오후 7시를 기다리세요.달빛 하나 다치지 않고온전히 보내드릴 것을 약속합니다.혼자 감상하셔도 좋지만때로는 여럿이 함께 감상하는 기회를누려보시기 바랍니다.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수록

달님지기를 구합니다

달님지기를 구합니다권영상  보름달로이주해 가실 분을 찾습니다.그 동안 달에 살던 토끼는너무 연로하여 귀환하였습니다.그 분의 빈자리를 지켜주실 새로운 달님지기를 찾습니다. 달님이 길은 잃지 않는지 시간을 놓치지 않는지그 일을 보살펴 드리면 된답니다.밤마다 달님 쳐다보시는 분이 많은 만큼 옷차림이 깨끗해야겠어요.외로움을 이겨낼 만큼 마음이 건강해야 하고달님을 찾는 지구촌 방문객들에게친절을 베풀 줄 아는 분이라면더욱 좋겠습니다.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수록

마음 여는 법

마음 여는 법권영상  마음 여는 법을 알려 드리기 위해봄이 찾아왔습니다. 그분은 겹겹이 오므린 꽃봉오리의 마음을열었고,꽁꽁 문을 닫고 살아온호두의 마음을 열기도 하였지요.도저히 열 수 없을 것 같던겨울 들녘의 마음조차파랗게 열어젖힌 경험이 있습니다.그분께서 마음 여는 법을 도와 드리기 위해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마음의 문 여는 법을 몰라 고민하시는 고슴도치 친구들,그분과 함께 하는 시간을 놓치지 마세요.   -마음 수리를 돕는 도치들의 모임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수록

빗방울 구두 주세요

빗방울 구두 주세요권영상  바람이 빗방울 구두를 신고참방참방 호수 위를 걸어가네요.  바람이 빗방울 구두를 신고호젓한 풀밭 길을 산책하고 있네요.마을을 지나가는호독호독 빗방울 구두 소리를 들어봐요. 참나무 숲을 지날 때는참참참,대나무 숲을 지날 때는댓댓댓.양철 지붕을 지날 때는 통통통 건반소리를 내네요. 구름가게 아저씨! 빗방울 구두 한 컬레 주실래요!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수록

웃음 가게

웃음 가게권영상  웃음을 팝니다. 우선 웃음 메뉴를 볼까요.2초 분량의 가벼운 미소가 있죠.꽃잎이 피어나듯 펑펑 터트리는 폭소가 있고그믐달처럼 차가운 냉소가 있네요.마음씨 좋은 분들을 위한함박웃음도 있고,단체로 사용하시기 딱 좋은파안대소나, 박장대소도 있지요? 남자 어른들이 주로 찾으시는 고급 너털웃음, 어떠신가요?.짤막한 코웃음은아주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어요. 마지못해 웃어야 하는 분들을 위해헛웃음도 준비했습니다.구매하시면 곧장 배달해 드려요.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수록

그림자를 바꾸세요

그림자를 바꾸세요권영상  어떤 그림자를 원하시나요. 멋을 아시는 분을 위해,아니 검정 그림자 사용에 지친 분을 위해 색깔 그림자를 준비했지요. 사이좋은 친구와깨끗한 길을 나란히 걸을 때산뜻한 연둣빛 그림자, 어떠세요.은빛 그림자에 물방울 돋을무늬를 새겨넣은 품위있는 그림자도 마련했어요.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바람에 펄럭이는 당신의 멋진 하늘빛 그림자,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원하신다면 지금 입고 있는 옷 빛깔과 똑같은맞춤 그림자도 가능합니다.갑자기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여사람들을 이크! 놀라게 하는 투명 그림자는 어떠세요. 당신의 검정 그림자,이제는 바꾸실 때가 되었습니다.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