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481

젤로가 사라졌다(연재 7)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3. 머리에 댓잎을 꽂은 병사들  미추왕  “백성들을 먼저 지키시오.”267년 백제가 신라의 변방 봉산성을 쳐들어오자미추왕이 제일 먼저 한 말이다.이 소식을 들은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봉산 마을 어른이 소리쳤다.“이제는 그 왕을 우리가 지켜 드릴 때입니다!”산성 싸움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이 일어섰다.“싸우러 가자!”“신라를 지키러 가자!”변방 백성들은 활을 메고 봉산성을 향해 달려 나갔다.백제는 벌써 여러 차례 신라를 쳐들어왔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졌다.어질고 덕이 많으신 미추왕이 계시기 때문이다.왕은 나이 많은 분을 공경하였다.왕은 배고픈 이들을 자식처럼 돌보아주셨다.즉위한 지 11년 되는 해였다.나라 곳곳을 두루 돌아보신 뒤 왕은 신하들에게 명을 내렸다.“백성들이 힘들게 농사짓..

젤로가 사라졌다(연재 6)

이야기 바다에 빠지다  2. 연오와 세오  연오가 바위를 타고 가다  “해초 따러 갔다오리다!”연오가 부엌일을 하는 아내 세오에게 일렀다.“파도 조심해요.”세오의 말을 뒤로 하고 연오는 바구니를 끼고 집을 나섰다.여느 때보다 바다가 파랗고 잔잔하다.‘바다 너머 해 뜨는 곳엔 누가 살까.’오늘 따라 괜스런 생각을 하며 바닷가로 내려갔다.안 봐도 안다.어느 갯바위에 해초가 많은지.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해초를 따며 살았으니 그쯤이야 눈을 감고도 안다.연오는 마른 바위에 신을 벗어놓고, 해초가 많은 바위로 건너갔다.한참 해초 따는 일에 정신을 팔고 있을 때다.‘아니, 아니, 이게 어찌 된 거지?’올라앉은 바위가 어디론가 둥둥 떠가기 시작했다.잠깐이 아니었다.갈수록 속도가 붙었다.세오! 세오! 세오! 다급한 연..

젤로가 사라졌다(연재 5)

이야기의 바다에 빠지다  1.석탈해  아기가 배를 타고 오다  바람 부는 날,낯선 배 한 척이 아진포 앞바다로 밀려왔다.‘아니, 웬 밴고?’할머니 아진의선은 바닷길로 나가며 중얼거렸다.이상한 건 까치 떼가 배를 따라오며 우짖는다는 것이었다.옳거니! 배 안에는 사내 아기가 혼자 울고 있었다.할머니는 아기를 덥썩 안고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방에 뉘였다.“너는 누구뇨?”할머니가 아기에게 물었다.아기가 울음을 그치더니 대답했다.“나는 용성국의 왕자다. 어머니가 7년만에 아기를 낳았는데 그만 알을 낳았다. 나는 그 알에서 나왔다.”아기가 소년처럼 말했다.“왕자라면서 어쩐 일로 혼자 여기까지 왔느뇨?”“알에서 나온 자식이라 왕은 나를 불길하다며 내다버리라 명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를 배에 몰래 실어 보내며 가 닿..

젤로가 사라졌다(연재 4)

나라를 세운 사람들 4. 김수로왕의 허왕후 배가 온다 “바다가 온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인가.망산도에 올라 바다를 지키고 있던 유천관이 마을을 향해 소리쳤다.“바다가 배를 띄우고 이쪽으로 온다!”또 한 번 소리쳤다.함께 온 시종 젤로가 왕께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봉수대에 연기를 올렸다.사람들이 꽃을 들고 바닷가로 달려나왔다.그리고 밀려오는 바다를 맞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우리 왕께서 이제 혼일 하실 모양이네.”수로국 사람들은 이제 안심이었다.“하늘이 무심한 게 아니었네.”“그렇다마다. 하늘이 내린 왕이시니 하늘이 왕비를 내려주시는 거지.” 사람들은 꽃을 들어올렸다.붉은 돛을 단, 멋지고 커다란 연꽃 배를 바다가 둥실둥실 띄우며 뭍을 향해 점점 다가왔다.  16살 왕후 바다가 철썩, 하고..

젤로가 사라졌다(연재 3)

나라를 세운 사람들 3. 박혁거세백마가 내려오다 여기는 신라, 기원전 57년. 안개가 천천히 걷히면서 빛 한 뭉치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백마다!”젤로가 하얀 빛 뭉치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백마가 내려오고 있어!” 젤로의 목소리가 또 한 번 마을을 울렸다. 골목마다 아이들이 밤아람처럼 굴러나왔다.  뭐래? 뭐래? 하며 털부숭이 누렁개들이 달려나왔다. 낮별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워디? 워디? 하며 두건을 쓴 어른들이 달려나왔다. 좀처럼 거둥을 않으시던 고허촌장님이 어기적어기적 걸어나왔다. 백마는 그 사이 양산기슭 우물가에 내려와 으헝으헝 울었다.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애.” 젤로가 앞서 달려가며 말했다. “어쩌면 큰 선물을 가져왔을지 몰라.” 눈초롱이도 뭔가 야릇한 느낌이 있었다. 무..

오늘을 수선해주세요

오늘을 수선해주세요권영상  보내주신소중한 오늘을 실수로 잘못 사용하였습니다.너무 설레는 마음에섣불리 다루다가 그만 망가뜨렸네요.고쳐보려 애썼지만망그러진 부분을되돌려 놓을 수 없었습니다.오늘은 제가 오래 전부터 바라던그 미래라서함부로 버릴 수 없군요.새 것처럼 고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오늘을 보내드립니다. 수선과 함께 연락 주시면고맙겠습니다.받으실 분, 시간을 수선하는 가게 오늘과 내일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수록

달님을 보냅니다

달님을 보냅니다권영상  달님을 보내드립니다.오후 6시까지 신청해 주시면저녁 7시쯤환한 달님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택배 비용은 없네요.달님을 받으실 강이나 개울을 알려주시고그 앞에 조용히 걸어가 기다리시면어김없이 배달이 갈 겁니다.집에서 고즈넉이 혼자 받으실 거라면 방안에 불을 끄고창문을 열어 놓으세요.안내해 드린 설명서를 모두 읽으셨나요? 그렇다면 오후 7시를 기다리세요.달빛 하나 다치지 않고온전히 보내드릴 것을 약속합니다.혼자 감상하셔도 좋지만때로는 여럿이 함께 감상하는 기회를누려보시기 바랍니다.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수록

달님지기를 구합니다

달님지기를 구합니다권영상  보름달로이주해 가실 분을 찾습니다.그 동안 달에 살던 토끼는너무 연로하여 귀환하였습니다.그 분의 빈자리를 지켜주실 새로운 달님지기를 찾습니다. 달님이 길은 잃지 않는지 시간을 놓치지 않는지그 일을 보살펴 드리면 된답니다.밤마다 달님 쳐다보시는 분이 많은 만큼 옷차림이 깨끗해야겠어요.외로움을 이겨낼 만큼 마음이 건강해야 하고달님을 찾는 지구촌 방문객들에게친절을 베풀 줄 아는 분이라면더욱 좋겠습니다.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수록

마음 여는 법

마음 여는 법권영상  마음 여는 법을 알려 드리기 위해봄이 찾아왔습니다. 그분은 겹겹이 오므린 꽃봉오리의 마음을열었고,꽁꽁 문을 닫고 살아온호두의 마음을 열기도 하였지요.도저히 열 수 없을 것 같던겨울 들녘의 마음조차파랗게 열어젖힌 경험이 있습니다.그분께서 마음 여는 법을 도와 드리기 위해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마음의 문 여는 법을 몰라 고민하시는 고슴도치 친구들,그분과 함께 하는 시간을 놓치지 마세요.   -마음 수리를 돕는 도치들의 모임  권영상 동시집 국민서관,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