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화분 창가의 화분 권영상 창가에 놓인 화분에 꽃이 피었다. 내가 보기 좋도록 안쪽으로 돌려놓았다. 그러다가 다시 되돌려 놓았다, 꽃이 좋도록.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1
뭐가 다를까 뭐가 다를까 권영상 풀밭에 종지만한 새집이 있다. 하마터면 밟을 뻔 했다. 들새알 세 개. 새는 이렇게 위험한 곳에다 알을 낳아두었다. 하긴 엄마가 나를 내려놓은 이 세상과 뭐가 다를까.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1
비무장지대2 비무장지대2 권 영 상 슬픈 일일수록 새들은 빨리 용서할 줄 안다. 우리들보다 더 힘들게 살면서도 언제나 우리들보다 더 먼저 용서하는 새들. 지난 일을 잊기 위해 새들은 소총소리 들리는 숲을 찾아와 거기에다 편안한 집을 짓는다. 지뢰가 흩어진 숲속을 우리들 보다 더 먼저 찾아와 탄..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1
바람이 피우는 꽃 바람이 피우는 꽃 권 영 상 산새가 지나가다 쉬어 간 풀섶에 바람은 예쁜 표를 해 두었다. 길 잃은 산새가 오거든 보고 가라고 그랬겠지. 고운 꽃으로 표를 해 두었다. 권영상 동시집 <햇살에서 나오는 아이들>(아동문예사) 중에서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0
나무가 베어지던 날 나무가 베어지던 날 권 영 상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거기에 사람이 살 집을 짓겠다 했을 때 나무들은 오랜 생각 끝에 그걸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을 위해 쓰러져 주기로 했습니다. 수십, 또는 수 백년을 정 붙이며 살아온 자리. 나무인들 왜 눈물을 흘리지 않았겠나요. 나무가 베..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0
모란 모란 권영상 뜰 앞 모란이 핀 걸 보니 밤사이 누군가 뜰을 지나가신가 보다. 소리 없이 오시어 머무른 자국이 저리 탐스런 것은 아마도 누군가 고운 님이 달을 보고 웃으시다 두고간 얼굴인가 보다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0
손수건 손수건 권 영 상 새로이 산 손수건은 곱고 깔끔하긴 하지만 눈물을 받아들이지 못하지요. 적어도 손수건이 손수건이려면 깔깔한 성질은 마땅히 버려야지요.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손 안에 포근히 잡히는 엄마의 낡은 치맛자락 같은 부드러움. 손수건이 손수건이려면 그래야겠지요. 알..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0
내 마음이 조용해질 때 내 마음이 조용해질 때 권 영 상 아침마다 세숫물 안에서 만나는 사람 두 손을 세숫물에 담그면 그 사람은 달아난다. 나는 여기 남아 있는데 그는 달아나 세숫물 밖으로 사라진다. -엄마, 이걸 봐요. 그 사람이 없어졌어요. -그럼, 한참을 기다려라. 네 마음이 맑아질 때 다시 돌아올 테니. ..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0
4월이 오면 4월이 오면 권 영 상 4월이 오면 마른 들판을 파랗게 색칠하는 보리처럼 나도 좀 달라져야지. 솜사탕처럼 벙그는 살구꽃 같이 나도 좀 꿈에 젖어 부풀어 봐야지. 봄비 내린 뒷날 개울을 마구 달리는 힘찬 개울물처럼 나도 좀 앞을 향해 달려봐야지. 오, 4월이 오면 좀 산뜻해져야지. 참나무 ..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