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이 있는 바다 그림 기차역이 있는 바다 그림 권영상 바다가 보고 싶으면 크레파스로 바다를 그려요. 시골 기차역을 낀 동해안 뿍뿍 경적이 울리는 바다를 그려요. 4절 스케치북 그 속에 동해 바다가 너울너울 들어가 출렁거리는 바다를 그려요. 하얀 은모래밭 소나무 숲 사이 푸른 깃발을 든 역장의 손짓으.. 내동시 참깨동시 2012.07.03
손이 천개라도 <추수하는 사람들, 1565, 피테 브뤼휄, 팬널에 유채, 119x163 cm, 메트로폴리탄 뮤제움, 뉴욕 > 손이 천개라도 권 영 상 손이 천개라도 모자라겠다! 안마당 고추멍석에서 고추를 말리는 가을 햇살이 종종댄다. 가을 햇살은 바쁘다. 엉덩이 한 번 붙이지 못하고 참깨 멍석으로 겅중 뛴다. 뒤..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6
손 손 권 영 상 펴면 아무것도 없는 빈 들판 바람만이 지나가는- 그러나 그 손으로 등을 두드려주면 마음이 든든해지고 그 손으로 악수를 청하면 내 마음이 건너가는 다리가 된다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6
먼지 묻은 연필 먼지 묻은 연필 권영상 책상을 옮기다가 책상 뒤에 떨어져 누운 연필을 줍다 무심히 주워 든 먼지 묻은 연필 먼지를 닦고 빈 종이에 글씨를 쓴다 또박또박 풀려 나오는 글씨 연필을 잊고 지낸 동안에도 연필은 나의 글씨를 잊지 않았다.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6
네 잎 클로버 네 잎 클로버 권영상 너는 토끼풀 밭 펼쳐진 길을 지날 때마다 냉큼 허리를 굽혀 자, 여기! 그러며 네 잎 클로버를 따 내게 준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도 여기, 네 잎 클로버! 그러면 너는 너의 초록빛 행운을 잡아 오히려 내게 내민다 나로서는 볼래야 보지 못하는 행운이 네 눈길 안에는 ..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6
배꼽 배꼽 권영상 / 그림 : 이순구 핫핫핫... 너무 웃어 배꼽이 빠지거든 그 배꼽을 집어들고 책상 위에다 굴려 봐. 대굴대굴 잘도 구를 거야. 책상 위에 볼을 붙이고 배꼽을 보면 구멍 사이로 재미난 세상이 보일 걸. 엄마의 뱃속, 엄마 뱃속으로 오기 전 너는 무언지 아니? 송아지거나 코뿔소거..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6
고만큼 고만큼 권 영 상 아기가 놀라지 않을 만큼 고만큼 엄마는 고만한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시고, 아기가 잠 깨지 않을 만큼 고만큼 엄마는 고만한 소리로 달각달각 설거지를 하시고.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6
내 몸에 낮달이 뜬다 내 몸에 낮달이 뜬다 권영상 개울가 모래밭에 누웠다. 모래밭에 물길을 내며 개울물이 쫑쫑쫑 내 귀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마른 땅이 젖듯 내 몸이 촉촉이 젖는다. 아주 오래 전 내 몸을 비집고 죽은 듯 숨어 살던 버들치. 우렁이 그리고 그 위를 날던 물총새. 그들이 파득파득 살아난다. ..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6
하모니카를 부는 풀벌레 하모니카를 부는 풀벌레 권영상 깊은 밤 뒤뜨락 풀벌레들이 뚤뚤뚤 뚜르르 하모니카를 분다. 등불같이 커다란 달님 아래서 누가 또 그리워 하모니카를 부나. 잠든 밤 참대숲 풀벌레들이 뚤뚤뚤 뚜르르 하모니카를 분다. 초롱불빛 파아란 별님 아래서 누굴 또 못 잊어 하모니카를 부나.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6
겨울바람은 바쁘다 겨울바람은 바쁘다 권 영 상 겨울바람은 바쁘다 대머리 아저씨 머리칼을 날려선 한 올 한 올 세어 보고, 발 시린 아이 옷자락을 들추어선 꼭꼭꼭 단추는 끼웠는지, 연탄 집 아저씨 빵모자 구멍은 안 뚫렸는지, 우체통은 그 자리에 잘 있는지, 신호등은 차례차례 불빛을 내놓는지, 이발소 ..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