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 앞에 설 때면 그 애 앞에 설 때면 권 영 상 그 애 앞에 설 때면 배배 온몸이 비틀리지요. 만지작만지작 괜히 단추를 만지고, 만지작만지작 괜히 귓밥을 만지고, 꼬무락꼬무락 괜히 옷자락을 말아 올리고……. 개미라도 한 마리 다리 위를 기는지, 벌이라도 한 마리 귓불에 앉았는지, 등허리에 손을 넣고 ..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2
담요 한 장 속에 담요 한 장 속에 권 영 상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는 다리..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2
호박밭의 생쥐 호박밭의 생쥐 권 영 상 호박밭에 호박이 큰다. 자꾸 자꾸 자꾸…… -정말 비좁아 못 살겠네! 생쥐가 이부자릴 싸들고 또 집을 옮긴다. [출처] 호박밭의 생쥐(권영상 시, 강정선 그림) (동시공부 시공부) |작성자 사자양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2
소문이라는 벌래 소문이라는 벌래 권 영 상 그 벌래를 아니? 소문이라는 벌래. 우리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그 녀석에겐 아흔아홉개의 발이 달렸고, 아흔 아홉개의 입이 달렸대. 하루에 지구를 서른 세바퀴. 건들기만 하면 서른 세바퀴하고도 네 바퀴를 더 돈대. 쏙닥쏙닥 나쁜 벌래일 수록 더 빨리 돈다는거..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2
봄을 기다리는 마음 봄을 기다리는 마음 권영상 먼 남쪽 동백 숲에서 봄 한 톨을 물고 온 동박새가 그만 너무 기쁜 마음에 쓰빗, 울었습니다. 그 소리를 어찌 들었는지 북쪽 먼 산골짜기 무거운 눈을 머리에 인 소나무가 그만 너무 기쁜 마음에 털썩, 눈을 내려놓았습니다. 권영상 동시집 <실끝을 따라가면 ..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1
나팔꽃씨 나팔꽃씨 권 영 상 친구들에게 자명종을 나누어준다. 자명종 속엔 보랏빛 꽃도 들어있다. 시간은 모두 아침에다 맞추어 놓았다. 권영상 동시집 <엄마와 털실뭉치> 중에서 인터넷에서 만든이의 허락없이 가져왔습니다.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1
톡, 깨어졌다 톡, 깨어졌다 권 영 상 노란 살구가 탈싹, 소리내며 떨어진다. 집어 들고 보니 안 됐다, 톡 깨어졌다. 살구나무를 쳐다본다. 조기, 조만한 높이에서 이쪽으로 내려오느라 그렇게 힘들었구나. 우리도 이쪽 세상으로 내려오느라 탈싹, 소리낸 적 있지. 응애 응애 응애, 하고. 그러느라 살구처..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1
생쥐와 가로등 생쥐와 가로등 권 영 상 생쥐가 한밤중 쥐구멍 밖으로 빠끔히 머릴 내민다. -얼른 자지 않구! 머리 위에서 조용히 생쥐를 내려다보는 아저씨가 한 분. 키가 크고 환한 얼굴의 가로등 아저씨다. 권영상 동시집 <엄마와 털실뭉치>(문학과 지성사) 중에서 인터넷에서 만든이의 허락없이 ..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1
밥 냄새 밥 냄새 권 영 상 부엌 대솥에서 뭉깃뭉깃 피어나오는 밥 냄새. 그 밥 냄새 때문이다. 부엌문 곁에 있는 장독들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뒤란 담장에 걸터앉은 호박들은 숟가락을 안 들어도 불룩 배가 부르다. 내동시 참깨동시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