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것들 권영상 점심으로 순대국을 먹고 나올 때다. 씨앗가게 앞을 지나던 아내가 길가에 내놓은 씨앗 자루 앞에 앉았다. 종자용 쪽파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씨알이 푸석푸석해 보였다. “쪽파는 뭣 하러 심으려고!” 나는 아내를 일으켜 세우려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지난해 아내는, 친구한테 얻은 쪽파 한 봉지를 심어 재미 본 경험이 있다. 아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쪽파 자루 안의 쪽파를 이리저리 헤집고 있었다. 나도 손을 넣어 쪽파를 만져봤다. 서서 본 내 판단과 다름없이 쭉정이에 가까웠다. 알맹이가 있다면 끄트머리쯤에 조그마한 마디 하나가 만져질 뿐 속이 비어있었다. 다음에 사지 뭐, 그 말을 하려는데 아내가 주인에게 얼마예요? 하고 물었다. “대신 많이 드릴 게요. 8천원이요.”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