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하는 사람들, 1565, 피테 브뤼휄, 팬널에 유채, 119x163 cm, 메트로폴리탄 뮤제움, 뉴욕 >
손이 천개라도
권 영 상
손이 천개라도 모자라겠다!
안마당 고추멍석에서 고추를 말리는
가을 햇살이 종종댄다.
가을 햇살은 바쁘다.
엉덩이 한 번 붙이지 못하고
참깨 멍석으로 겅중 뛴다.
뒤적뒤적 참깨를 뒤적이다간 딸깍,
콩깍지 속의 샛노란 콩을 깐다.
그것만이 아니다.
담장위에 누운 호박덩이 익히랴,
모과 둥치 모과덩이 익히랴,
뜨락 밑의 채송화, 채송화 꽃씨 여물리랴
가을 햇살은 바쁘다.
수레를 끌고 들어오는
아버지 어깨 위의 콩메뚜기,
거기에도 깡충 뛰어올라
가을 햇살은 콩메뚜기를 살찌운다.
참말이지 손이 천개라도 모자라겠다.
가을 햇살은.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헤온(http://blog.naver.com/khkoo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