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베어지던 날
권 영 상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거기에
사람이 살 집을 짓겠다 했을 때
나무들은 오랜 생각 끝에
그걸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을 위해
쓰러져 주기로 했습니다.
수십, 또는 수 백년을
정 붙이며 살아온 자리.
나무인들 왜 눈물을 흘리지 않았겠나요.
나무가 베어지던 날,
나무들은 누구에게도
이 슬픈 일을 하소연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쿵, 하는
비명 한번 지르고
살아온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권영상 동시집 <잘 커다오, 꽝꽝나무야>(문학동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