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488

초보 알바 봄바람

초보 알바 봄바람 권영상 나는 뭔가 일하고 싶었죠. 혼자 마을로 내려와 골목길을 지날 때 음식점 유리창에 붙은 광고지를 보았죠. ‘초보 알바 환영’ 문을 두드리자 빠꼼이 주인이 문을 열어주었죠. 나는 가볍게 들어섰고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했죠. 우선 눅눅한 음식점 안을 한 바퀴 휘익, 돌았죠. 젖은 식탁을 뽀독뽀독 닦았죠. 창가 화분의 꽃망울을 톡톡톡 피웠죠. 나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소리쳤죠. 아, 산뜻해. 알바가 바뀌었어! 나는 초보 알바, 봄바람이죠. 2024년 3월호

권영상 '상상 동시가게' 연재동시 4회

권영상의 '상상 동시 가게' 연재동시 4회 16. 햇빛을 빌려드려요 겨울을 코앞에 두고 꽃 피우는 민들레에게 모자라는 햇빛을 빌려드립니다. 일찍 겨울잠을 자러 가느라 미처 다 쓰지 못한 흰 곰들의 햇빛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연락주시면 빌려 쓰실 수 있습니다. -햇빛 돌려쓰기 어머니 모임 17. 첫눈 배달 아침 문을 여니 뜰마당에 배달이 와 있다. 엄마, 배달이 왔어요! 나는 소리치며 달려나가 세상에서 가장 큰 배달 상자를 연다. 하늘이 보낸 희고 깨끗한 첫눈. 첫눈을 꺼내어 만져도 보고 뭉쳐도 보고 내 꿈이 가는 곳까지 멀리 던져도 보고 그리고 내가 바라던 눈사람을 뜰마당에 오뚝 만들어 세운다. 언제 보내주시려나? 하고 기다리던 내 마음을 하늘이 아셨나 보다. 소복소복 보내온 첫눈 배달. 18. 눈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