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시 참깨동시 481

젤로가 사라졌다(연재 13)

(월요 이야기 동시 연재) 젤로가 사라졌다(연재 13) 이야기의 바다에 빠지다 9.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엉덩이를 만져 보다  “대왕마마, 어전 회의에 나오소서.”신하들은 꽝 닫힌 대전 문 앞에 모여와 어전회의 참석을 재촉했다.오늘만도 벌써 세 번째다.경문왕은 속 모르고 재촉하는 신하들 말이 싫어 귀를 틀어막았다.“마마, 시급한 나랏일을 마냥 늦출 수는 없나이다.”신하들은 또 닥달했다.신하들의 청은 백번 맞다.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왕은 자신의 은밀한 사정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그대들끼리 하라지 않았소!”왕은 짐짓 태연한 척 그들을 내쳤다.극성스레 재촉하던 신하들도 끝내 돌아갔다.자꾸 커져가는 두 귀가 왕을 괴롭혔다.‘이건 너무도 망칙한 일이야!’왕이 된 이후, 어찌된 일인지 두 귀가 커지더니 지..

젤로가 사라졌다(연재 12)

이야기의 바다에 빠지다 8. 만파식적 섬이 온다  “섬이 온다! 섬이 온다!”바닷가에서 놀던 아이들이 소리쳤다.먼 바다에서 거북머리를 한 섬이 뭍을 향해 오고 있었다.그 소리에 놀라 강아지들이 뭘뭘뭘 쫓아 나왔다.마을 솟대 위에 앉았던 오리들이 왝왝왝 날아왔다.어른들이 워디! 워디! 하며 걸어 나왔다.다들 바닷가에 서서 이 놀랍고 신기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세상에 섬이 떠다니다니!”사람들은 넋을 놓았다.“섬이 감은사 쪽으로 가고 있다!”흰 파도를 일으키며 섬은 마치 커다란 배처럼 그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소문은 발 달린 망아지처럼 마을 경계를 넘었다.개울을 건넜다.언덕을 넘었다.그리고는 궁궐 담장을 넘어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그때가 신문왕 2년 서기 682년.“섬 하나가 감은사 쪽으로 가고 ..

햇살 속엔

햇살 속엔권영상  햇살 속엔얼마나 따스한 손길이 들어 있길래봄눈을 다 녹이고도언 땅에풀씨를 돋게 하실까. 햇살 속엔얼마나 많은 빛깔이 들어 있길래꽃씨마다 꽃빛을 넣어 주시고나중엔노을로 하늘빛을 물들이실까. 오, 햇살 속엔얼마나 많은 생명이 숨어 있길래바람과 벌레를 키우시고도 마침낸아가들 가슴에푸른 꿈을 키워 주실까.   월간 2024. 8

젤로가 사라졌다(연재 10)

(월요 이야기 동시 연재) 이야기의 바다에 빠지다 6. 평강공주와 온달 북주가 쳐들어오다  “어머니! 어머니!”대문 밖에서 돌아온 젤로가 다급하게 어머니를 불렀다.“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아요!”어머니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왔다.긴장한 표정이었다.“얘야, 이럴 때일수록 차분해야 한다.”어머니 평강공주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너무 놀라지 마라. 지금 북주가 쳐들어오고 있다더라.”“북주라면 중원의 넓은 땅을 가진 나라인데 왜 우리 땅을 넘본대요?”“우리 고구려를 이기지 않고는 중원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그럼, 어머니! 우리가 그렇게 힘이 센 나라인가요?”“그렇다. 우리는 고구려다. 젤로야, 너는 고구려의 아들이고.”“어머니, 고구려의 아들은 힘이 세죠? 그쵸?”“그렇다.”“고구려..

참새야, 미안해

참새야, 미안해권영상  참새 깃털하나길섶에 떨어졌다. 오늘밤요만큼참새가 추워하겠다.  -‘깃털’  솔직히 참새에 대해 미안한 게 많다. 내가 쓴 시들 때문이다.참새들은/ 지도를 가지고 있지./ 그걸로 마을의 경계를 넘지 않고 / 편안히 사는 데 쓰지.// 개똥지빠귀도 지도를 가지고 있지./ 그걸로 마을의 경계를 넘어/ 험난한 시베리아로/ 날아가는데 쓰지. ‘지도’라는 시다.  듣기에 따라서는 텃새와 철새의 숙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도에 얽매여 경계를 넘지 못하는 참새들을 은근히 비꼬고 있다. 나는 그때 그걸 발표해놓고 혹시 어떤 참새분이 쩝쩝 입맛을 다실까봐 걱정했다.  ‘참새의 하늘’이란 시에서는 참새는 마을 초가지붕 높이 이상의 푸른 하늘을 탐내지 않는다고 쓴 적도 있다. 그 시 역시 빈정거림이 약..

젤로가 사라졌다(연재 9)

이야기의 바다에 빠지다  5. 비형랑 귀신의 아들로 태어나다  복숭아꽃 피는 이슥한 봄밤,혼자 살고 있는 도화의 방문이 흔들렸다.켜 둔 촛불이 춤추듯 흔들리더니훅 꺼졌다.‘복사꽃 바람이 부는 모양이구나!’도화가 다시 불을 켜려는데 눈앞에 누군가 어른거리며 서 있었다.“아니! 당신은.”도화가 놀라 손으로 입을 가렸다.좀 어둡기는 했지만 도화는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았다.“돌아가신 지 2년이나 되는 분이 여긴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이까?”어른거리는 그는, 죽은 진지왕이었다.왕은 대답하지 않았다.왕은 그렇게 7일을 머물다가 홀연히 떠나갔다.그 후, 도화가 아들을 낳았다.그가 비형이다.비형은 반은 귀신이고, 반은 사람이다.  소문  진평왕이바람결에 들려오는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그 아이가 돌아가신 선왕의 아들이..

젤로가 사라졌다(연재 8)

(월요 이야기 동시 연재)  이야기의 바다에 빠지다  4. 명장 이사부  북을 쳐라  “돛을 올려라!”전함에 오른 이사부 장군이 전군에 명했다.세 척의 전함이 일시에 돛을 올렸다.“대왕마마의 명을 받아 우리는 우산국을 정벌하러 간다! 북을 쳐라!”장군이 출정 신호를 보냈다.둥, 둥, 둥, 둥 북소리가 동해 바다를 울렸다.드디어 함대가 깃발을 휘날리며 우산국을 향해 노를 저었다.지증왕 13년, 6월, 순풍이 부는 맑은 날이다. 동쪽 바다 끝 우산국은 신라에 무릎을 꿇어놓고도 약속을다 하지 않았다.“그들은 공물을 바치지 않은지 오래 되었소. 깊은 바다를 믿고 오만하여 신하 노릇을 아니 하는 것이오. 그러니 이사부 장군!”왕이 이사부 장군을 불렀다.“그대가 이번 기회에 항복을 받아오시오.”“그러하오이다. 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