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이야기 동시 연재)
이야기의 바다에 빠지다
6. 평강공주와 온달
북주가 쳐들어오다
“어머니! 어머니!”
대문 밖에서 돌아온 젤로가 다급하게 어머니를 불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아요!”
어머니가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왔다.
긴장한 표정이었다.
“얘야, 이럴 때일수록 차분해야 한다.”
어머니 평강공주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너무 놀라지 마라. 지금 북주가 쳐들어오고 있다더라.”
“북주라면 중원의 넓은 땅을 가진 나라인데 왜 우리 땅을 넘본대요?”
“우리 고구려를 이기지 않고는 중원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럼, 어머니! 우리가 그렇게 힘이 센 나라인가요?”
“그렇다. 우리는 고구려다. 젤로야, 너는 고구려의 아들이고.”
“어머니, 고구려의 아들은 힘이 세죠? 그쵸?”
“그렇다.”
“고구려의 병사들도 힘이 세죠?”
“그렇다. 그렇다 해도 궁궐의 네 외할아버지 평원왕께서는 지금 걱정이 크시겠구나.”
어머니는 뜰앞 비슬나무를 쓰다듬으며 외할아버지 계신 곳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어디 계셔요?”
“네 아버지 온달장군께선 이미 순노부 병사 300명을 모아 출정준비 중이시다.”
그 말을 들은 젤로가 어머니 곁으로 바싹 다가섰다.
“어머니, 저도 출정하겠어요.”
어머니는 잠깐 망설인 뒤 허락했다.
“그렇다면, 얘야, 갑옷을 꺼내 주마.”
고구려의 아이들은 어려도 저마다 갑옷이 있다.
“어머니, 투구를 내어주세요.”
“그래. 전쟁에 나가려면 투구가 있어야지.”
“어머니, 활을 주세요.”
“그래. 네가 쓰던 활과 살과 전동을 가져오마.”
고구려의 아이들은 어려도 말을 탈 줄 알고 활에 살을 재워 쏠 줄 알았다.
문 밖에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어깨에 전동을 찬 젤로는
마굿간에서 말을 타고 나와 마당가 어머니 앞에 섰다.
“어머니, 나라를 지키러 가겠어요.”
“오냐, 지금 곧 네 아버지가 계신 마을 앞 비슬나무 아래 순노부 군대를 찾아가거라.”
“네. 어머니, 반드시 고구려를 지키고 오겠어요.”
“그래라. 장한 고구려의 아들아.”
젤로는 말을 달려 집을 나섰다.
우리는 활 잘 쏘는 나라다
“병사들이여! 우리의 요동성이 간밤 적에게 함락되었다!”
군사들을 향해 외치는 아버지 목소리가 떨렸다.
“북주는 지금 거친 기세로 패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이대로 앉아서 당할 것인가!”
아버지가 또 한 번 외쳤다.
병사들이 칼과 창을 들고 일시에 소리쳤다.
“북주를 물리치자!”
“고구려를 지키자!”
병사들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병사들이여! 우리 모두 싸워 이기러 가자!”
아버지는 순노부 군대의 선봉장이 되어 패수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 뒤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순노부 병사 삼백이 뒤따랐다.
“얘야, 두렵지 않느냐?”
달려가던 아버지가 젤로에게 소리쳐 물었다.
“저는 고구려의 아들입니다.”
“얘야, 전동에 화살을 가득 채웠느냐?”
“네. 저는 고구려의 아들입니다.”
“얘야, 투구끈은 바짝 조였느냐?”
“네. 아버지. 저는 고구려의 아들입니다.”
“우리는 활 잘 쏘는 나라다”
“네. 아버지. 저도 활 잘 쏘는 고구려 아들입니다.”
순노부 군사들은 도중에서 평양성 군사들과 만나 전쟁터를 향해 달렸다.
패수를 건너오는 북주의 5만 군사와 고구려의 1만여 군사가 맞서 싸웠다.
그해가 577년. 외할아버지 평원왕도 이 전장터에 나와 함께 싸웠다.
싸우고 또 싸워
이듬해 578년. 북주를 물리치고 고구려를 지켜냈다.
“만세! 고구려가 이겼다.”
“고구려는 힘이 세다!”
“고구려는 지지 않는다.”
패수의 강물이 날아오를 듯 승리의 함성 소리는 컸고, 고구려는 싸워 이겼다.
싸움이 끝난 뒤 외할아버지 평원왕이 아버지를 부르셨다.
“북주를 몰아내는데 그대의 힘이 컸다. 그대는 누구인가?”
아버지는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순노부의 장수 온달이옵니다.”
그제야 평원왕은 내쫓은 딸 평강공주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
“그대를 나의 사위로 인정하노라.”
온달은 비로소 늠름한 고구려 장군이 되었다.
온달에게 시집 가겠어요
바보온달은 못 생겼대요.
배고프대요. 밥 좀 주세요.
옷이 해졌죠
신이 해졌죠.
바보온달은 밥 좀 주세요.
궐 밖엔 배고픈 사내아이 온달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를 놀리며 노래를 불렀다.
그 무렵, 대궐 안엔 바보온달 만한 나이의 공주가 있었다.
울보 평강공주였다.
얼마나 잘 우는지 한번 울면 한여름 여울물소리처럼 그치지 않았다.
어쩌다 울음을 그치면 아버지 평원왕은 농을 했다.
“자꾸 울면 바보온달에게 시집보내리라.”
어쩌다 또 울음을 그치면 평원왕은 농을 했다.
“자꾸 울면 바보온달에게 정말 시집보내리라.”
울며 그치며 평강공주는 나이를 먹었다.
궐 밖 배고픈 사내아이 온달도 헐벗으며 굶주리며 평강공주만치 나이를 먹었다.
“우리 공주와 잘 어울리는 훌륭한 신랑감이 생겼구나!”
평원왕은 마음으로 정해놓은 고씨 청년과 공주가 결혼하기를 바랐다.
“아니 아니 아바마마! 고씨 청년이라니 아니 되옵니다.”
“아니 아니 아니라니. 우리 공주야.”
“아니 아니 아니옵니다. 저에겐 온달 청년밖에 없나이다. 부왕께서 이미 정해주셨잖아요.”
“아니 아니 아니다. 그건 농으로 한 말이었다.”
“대왕께서 이리 거짓말을 하시면 어찌 백성이 따르겠나이까?”
공주는 농이라는 아버지의 말에도 정색을 하며 따졌다.
평원왕은 화가 치밀었다.
“공주를 성 밖으로 내쫓아라!”
공주는 그렇게 성에서 쫓겨났고,
온달과 결혼을 한 뒤 그를 훌륭한 장수로 만들었다.
고구려 땅을 되찾아오리라
“한강 유역의 잃어버린 고구려 땅을 찾아오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나이다.”
온달 장군은
처남이신 영양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말을 달렸다.
“신라 군사들아, 여기 온달이 간다.”
온달장군은 삼족오 깃발을 세워 들고 남으로 남으로 진군했다.
그러나 장군의 목숨을 여기까지.
영양왕 1년 590년 신라 병사가 쏜 화살에 맞아 아차산성에서 아차, 하는 순간 목숨을 거두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장군은 죽어서도 발을 떼지 않았다.
그때 그의 아내, 사랑하는 평강공주가 달려와 관을 잡고 울었다.
“살고 죽는 일은 이미 정해졌나니. 저와 함께 고구려로 돌아가셔야지요.”
장군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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