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이야기 동시 연재>
나라를 세운 사람들
3. 박혁거세
백마가 내려오다
여기는 신라, 기원전 57년.
안개가 천천히 걷히면서 빛 한 뭉치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백마다!”
젤로가 하얀 빛 뭉치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백마가 내려오고 있어!”
젤로의 목소리가 또 한 번 마을을 울렸다.
골목마다 아이들이 밤아람처럼 굴러나왔다.
뭐래? 뭐래? 하며 털부숭이 누렁개들이 달려나왔다. 낮별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워디? 워디? 하며 두건을 쓴 어른들이 달려나왔다. 좀처럼 거둥을 않으시던 고허촌장님이 어기적어기적 걸어나왔다.
백마는 그 사이 양산기슭 우물가에 내려와 으헝으헝 울었다.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애.”
젤로가 앞서 달려가며 말했다.
“어쩌면 큰 선물을 가져왔을지 몰라.”
눈초롱이도 뭔가 야릇한 느낌이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머뭇거리던 개울물이 촐랑촐랑 따라 뛰시 시작했다.
바람이 달달달 뒤를 따랐다. 동네 대추나무가 겅중겅중, 감나무가 성큼성큼, 엉겅퀴풀꽃이 뒤질세라 헉헉헉 따라 달렸다.
말이 알을 두고 가다
“저런! 백마가 도로 날아가고 있어!”
눈초롱이의 목소리에 다들 걸음을 멈추었다.
백마는 울음소리를 내며 오던 하늘로 다시 날아올랐다.
하늘 높이 높이.
그 무렵 드르륵, 하늘 문이 열렸다.
백마는 그 안으로 성큼 뛰어들었고, 하늘은 쩡! 소리를 내며 닫혀버렸다.
“저기 알이 있어!”
우물가에 박덩이만한 알이 홀로 남아 있었다.
눈초롱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다가가 알에 귀를 대었다.
“알 속에 누가 있어! 애기 숨소리가 들려!”
젤로도 다가가 알에 귀를 댔다.
정말이었다. 쌔근쌔근 아기 숨소리가 들렸다.
“분명해. 하늘이 우리들의 왕을 선물로 보내 주신 거야.”
눈초롱이가 별 같은 눈으로 젤로를 바라봤다.
젤로는 눈초롱이가 예사로운 아이가 아님을 알았다.
그제야 마을 사람들이 숨을 헐떡이며 뒤쫓아 왔고, 강아지며 꽃나무들이 뒤따라왔다.
다들 알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섰다.
낮별들도 서로 밀치며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일 늦게 도착한 촌장님이 알을 보더니 대뜸 품에 안았다.
“이건 고허촌 사람들 구워 먹으라고 신령님이 내려주신 부엉이 알이다.”
촌장은 올 때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알을 안고 마을로 돌아갔다.
알에서 애기가 태어나다
“아기를 찾아와야 해!”
젤로가 아이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그건 마을 사람들이 구워먹을 부엉이 알이 아니야.”
“하늘이 장차 우리들의 왕을 보내신 거라구.”
“왕을 찾으러 가자!”
젤로는 아이들과 함께 고허 촌장님 집으로 달려갔다.
촌장님 집 안마당엔 벌써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욱한 연기 속으로 숨어들어 알을 품에 안고 달아나 외딴 수풀 속에 숨겼다.
낮이면 솔개와 까치가 날아와 품었다.
밤이면 오소리와 여우가 번갈아 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아기가 울었다.
“아기가 태어났다!”
이를 지켜보던 산까치가 부산하게 외쳤다.
소식은 산까치 입에서 풀벌레 입으로 옮아갔고, 나뭇잎 귀에서 나뭇잎 귀로 속삭이듯 전해졌다. 숲을 한 바퀴 빙 돈 소식은 마을로 내려갔다. 제일 먼저 마을 어귀 사립문이 들었다. 사립문은 이웃집 사립문 귀에 그 소식을 전했고, 강아지는 강아지 귀에, 새앙쥐는 새앙쥐 귀에 그 소식을 전하는 사이, 귀 밝은 어른이 엿들었다.
그 사이, 아기는 산토끼가 달려와 받았다.
아기의 몸은 경험 많은 수달이 씻겼다.
아기 이름은 공부를 많이 한 노루가 지었다.
세상을 빛나게 할 사람 혁거세.
박만한 알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성은 박씨였다.
박혁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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