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바다에 빠지다23. 아비지 아비가 오다 아비가 국경을 넘어 신라로 왔다.그는 백제 사람으로 당대의 몇 안 되는 목탑 장인이다.신라에 들어온 아비는 벌써 며칠째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우기로 한 자리를 찾아 앉아도 보고 서도 보고 누워도 본다.황룡사는 진흥왕의 명에 의해 세워진 사찰로, 백제의 미륵사와 고구려의 정릉사에 뒤지지 않는거대한 절이다.선덕여왕은 이 웅장한 황룡사 대웅전 앞뜰에9층 목탑을 세워 나라를 안정시키고자 했다.그것을 위해 아비를 불렀다.아비는 황룡사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 골목길을 돌다가,또는 마을 산언덕을 오르다가밭에서 씨앗을 뿌리다가 문득 바라보게 될 9층 목탑을 떠올리곤 했다.그러고 돌아오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문제는 찰주야.’찰주란 탑을 지탱하기 위해 세우는 중심 나무 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