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111

우리 정신을 지킨 50년, 신현득

우리 정신을 지킨 50년, 신현득 권영상 1. 고구려 아이 고구려의 엄마는 아이가 말을 배울 때면 맨 먼저 ‘고구려’라는 말을 가르쳤다. 다음으로 ‘송화강’이란 말을 가르쳤다. (중략) 아이가 커서 골목을 뜀박질하게 되면 고구려의 엄마는 요동성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고구려 사람은 겁내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엄마는 요동성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고구려는 언제 멸망하였는가? 사전을 찾아 보니 668년입니다. 그 7년전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는 소정방으로 하여금 평양성을 치기 위해 7개월이나 성을 포위하고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연개소문에게 전멸 당하고 맙니다. 고구려의 최후는 역시 고구려다웠습니다. 큼직한 당나라에 끝까..

문학비평 2020.09.02

멈추지 않은 동심의 탐구와 사유의 확장

멈추지 않은 동심의 탐구와 사유의 확장 김 용 희 시력 30년, 그 시간의 깊이 권영상 시인이 동시를 써온 지 올해로 30년이 됩니다. 그는 1979년 《아동문예》에 「새」가 천료되고, 이듬해 《강원일보》신춘문예에 「길」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단풍을 몰고 오는 바람』(1981)에서 『구방아 목욕 가자』(2009)에 이르기까지 모두 13권의 동시집을 선보였습니다. 동시를 써온 30년, 그 시간의 깊이만큼 그의 동시 세계도 폭넓습니다. 순수한 자연과의 교감, 우리의 역사와 민중의 삶 의식, 가족과 이웃에 대한 깊은 애정, 기발하고 활달한 동심의 세계 등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 중 소외받고 보잘것없는 대상을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과 동화적 발상으로 빚어낸 햇빛처럼 눈부신 지혜의 소리는 읽는 이의 마..

문학비평 2020.09.02

김종상의 동시와 동화세계

일과 어머니를 찬미한 大地와 그리움의 문학 -김종상의 동시와 동화세계 권 영 상 들어가는 글 김종상, 그는 가식없고 후덕한 인품의 소유자다. 또한 사람을 이끄는 강한 흡인력의 소유자다. 그의 신체적 특성이 그렇듯 그는 ‘거인적인 문학가’요, 아동문화 운동가이며 훌륭한 교육자다. 김종상이 문학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1959년 무렵이다. 『새벗』창간 7주년 기념, 문예작품 현상 모집에 동시 이 뽑히면서부터다. 그 이듬해인 196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의 당선으로 그는 본격적으로 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자면 1958년, 소슬 이 곽종원의 심사로『새교실』에 뽑힌 때라고 봐도 되겠다. 그는 그로부터 거의 40년 가까이 문학에서 단 하루도 손을 떼지 않았다. 사회적 대접이 빈곤..

문학비평 2020.09.02

세상을 찬찬히 바라보는 여유로움_ 유미희

세상을 찬찬히 바라보는 시인의 여유로움 권영상(시인, 동화작가) 봄이 오면 들판에 민들레꽃이 피지요. 민들레 한 떨기 피는 데는 다 그 배경이 있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계절과 낮은 들판이 그 배경입니다. 그렇듯 시 한 편이 피어나는데도 그런 시가 쓰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습니다. 유미희 시인의 시에는 보여지는 대상이 아닌 보고 있는 세상을 노래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민들레꽃을 노래하는 듯하면서도 민들레꽃이 뿌리내리고 있는 우리네 들판을 노래합니다. 그러므로 유미희 시인의 시를 읽고 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유미희 시인은 바로 그런, 남과 달리 좀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 시인은 이미 네 권의 ‘잘 나가는’ 동시집을 낸 베테랑 시인입니다..

문학비평 2020.07.24

권영상,향기로운 이야기꾼

권영상,향기로운 이야기꾼 하청호 권영상은 강원도 사람이다. 또한 강원도는 권영상을 품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는 강원도의 자연과 인정이 살아 숨쉬고 있다. 권영상은 서울에서 꽤 오래 살았지만 도회적이지 못하고 투박스럽다. 나는 이런 그를 좋아한다. 큰 키에 조금은 건들거리며 걷는 모습도 좋고, 술이라도 한 잔하면 어리광을 부리는 장난기도 사랑스럽다. 이럴 때면 그의 큰 몸집 속에는 귀여운 어린이가 함께 살지 않나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권영상과의 인연은 지금부터 꼭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릉의 C 시인의 출판기념회에 초대받아 참석했을 때 일이다. 당시 그의 첫인상은 강원도의 땅모양을 닮은 큰 키에 우뚝한 코, 그에 못지않은 문학적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후 시로 읽는 삼국유..

문학비평 2020.07.23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 하루살이와 나귀, 권영상

[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하루살이와 나귀, 권영상 입력2020-07-07 10:38 클린뷰 하루살이와 나귀 권영상 해 지기 전에 한 번 더 만나 줄래? 하루살이가 나귀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저녁은 안 돼. 내일도 산책 있어. 모레, 모레쯤 어떠니? 그 말에 하루살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섭니다. 넌 너무도 나를 모르는구나. [태헌의 한역] 蜉蝣與驢子(부유여려자) 予復欲逢君(여부욕봉군) 暮前能不能(모전능불능) 蜉蝣問驢子(부유문려자) 驢子卽答應(여자즉답응) 今夕固不可(금석고불가) 明日有逍遙(명일유소요) 明後始有隙(명후시유극) 君意正何如(군의정하여) 蜉蝣含淚轉身曰(부유함루전신왈) 爾汝全然不知予(이여전연부지여) [주석] * 蜉蝣(부유) : 하루살이. / 與(여) : 연사(連詞). ~와, ~과 / 驢子(여..

문학비평 202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