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111

동시를 읽자! 동시를 즐기자!

동시를 읽자! 동시를 즐기자! 권영상 (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 제 1회 한국동시축제에 동참해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또한 이 축제의 길을 터주신 존경하는 부안 군수님, 그리고 부안군민 여러분께 더불어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안군에서 한국동시축제가 열리게 된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부안군은 천혜의 자연이 빚어낸 청정한 도시이며, 조선조 이매창과 전원서정의 시인 신석정을 낳은 문향으로 동시를 읽고, 동시를 즐기고, 동시로부터 치유받기에 너무나 순정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동시가 우리 문학사에 등장한 건 1926년으로, 방정환 선생께서 주도하시던 잡지 가 그 효시입니다. 그로부터 117년이 지난 지금 동시는 어엿한 장르로 성장하였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은 물론 온 국민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문학비평 2023.05.21

<아, 너였구나!> 중국 진출

권영상 동시집 중국 진출 제 동시집 (2015년 국민서관)가 역시 제 동시집 에 이어 두번째로 중국 광시성사범대학출판부에서 출판 되었습니다. 2019년 12월에 계약이 되었는데 이제야 제게 도착했습니다. 오래 동시를 쓰다보니 좋은 일이 이렇게 생기네요. 중국까지 진출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의 운명이 더욱 화려해져서 세상의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읽혀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림 아래에 우리말 동시 두 편을 써넣어 보겠습니다. 보름달 좀 낮은 동네에 살아도 보름달 못 볼 걱정 없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불을 못 켠대도 괜찮다. 서로 보려고 밀치지 않아도 된다. 어디서든 잘 보인다. 아, 너였구나! 보름달이 마을 골목길을 노랗게 색칠하며 간다. 누구세요? 길갓집 창문이 열리면서 누가 내다본다. 누구? ..

문학비평 2023.01.16

권영상 동시집 <엄마와 털실뭉치> 9쇄 발행

권영상 동시집 9쇄 발행 권영상 동시집 (2012년 문학과 지성사)가 2022년 12월 28일부로 9쇄 발행 되었다. 개인적으로 참 기쁘다. 동시집이 9쇄까지 진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낸 동시집으로 (출판사 문원)가 9쇄를 넘기면서 그 이후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는 고충을 겪었다. 에 수록된 원고 일부는 서울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았고, 문학나눔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거기 수록된 동시 중에 '언젠가는 나도'라는 동시는 초등 5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10쇄 발행이 되면 동시집을 좀 이드거니 사서 동시를 접할 기회가 없는 분들에게 전해드려야겠다. 와 권영상 동시를 사랑해주신 독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책소개 권영상의 동시집『엄마와 털실 뭉치』. 저자와 늘 대화하는 세상의 모든 나무..

문학비평 2023.01.14

생명의 영원한 푸름을 노래하다-최광집 동시집 해설

생명의 영원한 푸름을 노래하다 권영상 (시인, 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 어느 날, 한 낯선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그건 마치 아득한 별에서 걸려온 전화와 비슷했습니다. 강원도 삼척에 김진광 시인과 가까이 사시면서 그에게 동시 사사를 받던 중, 갑작스런 그의 작고가 있었고, 그가 이 세상을 떠나가면서 권영상이라는 이름을 들먹이더라는 거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득한 전율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분은 그러시면서 두 번째 동시집을 내려 하는데 동시집 해설을 해주십사하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나는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승낙을 해드리고 전화를 끊었지요. 생각해 보려니 방금 마친 전화는 이 땅의 문법에는 없는 먼별에서 걸려온 통신 같았습니다. 작고하신 김진광 시인 추모사를 쓴 지 한 달도 안 되어 생긴 이..

문학비평 2022.09.06

고래의 꿈, 김마리아 동시집 해설

고래의 꿈 권영상 징검다리입니다 철새가 앉았다 가고 앉았다 가는 김마리아 시인의 동시집 에서 발견한 ‘섬’이라는 시입니다. 시가 뛰어나다거나 감명을 주어서라기보다 시인의 지구를 보는 대범한 눈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섬을 바다에 떠있는 외로운 대상으로 보는 시인은 많지만 철새들이 건너뛰는 징검다리 정도로 보는 혜안은 분명 남다릅니다. 짧은 시 속에 수없이 많은 철새들이 내려왔다가 또 날아가는 시간이 길게 느껴집니다. 예사롭지 않은 점은 또 있습니다. 우리 시단에 바다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이야기를 이처럼 진지하게 그려낸 시집이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 시집 원고를 끝까지 읽는 동안 나는 시인이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에 푹 빠졌고,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내 몸에서 바다냄새..

문학비평 2022.07.12

제 41회 강원아동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권영상

제41회 강원아동문학상 공동 수상자/ 권영상, 김정자 아동문학가(2022. 6. 7. 화) 제41회 강원아동문학상 선정 강원아동문학회(회장 김종영)는 제41회 강원아동문학상 수상자 선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다음과 같이 수상자를 선정하였습니다. ●수상자: 권영상 아동문학가, 김정자 아동문학가 공동 수상 1. 심사일시: 2022. 6. 4.(토) 2. 심사장소: 강릉시 모처 3. 심사위원: 김종영 심사위원장, 김성기 부회장, 이갑창 고문, 4. 정리: 이정순 사무국장 5. 심사 경위: 김종영 심의위원회 의장과 김성기, 이갑창 심의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강원아동문학상 규정 제4조와 제5조에 의거 3명의 최종 본심 후보자 중 작품성, 기여도 등을 총합산하여 최고점수를 받은 권영상 아동문학가의 동시 「내 몸의 중심」..

문학비평 2022.06.07

27년만의 나들이 – 자유로움에서 풀잎 웃음까지

27년만의 나들이 – 자유로움에서 풀잎 웃음까지 권영상 (시인, 전 한국동시문학회회장) 장혜선 시인이 첫동시집을 낸다는 말을 아내로부터 들었을 때 나도 그 일에 뭔가 도움을 드려야겠구나, 했지요. 장혜선 시인은 제 아내와 아주 오랜 절친이며, 저의 대학 후배이며, 또 동시라는 장르를 함께 하는 동업자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제가 동시를 먼저 쓴 까닭에 ‘축하나 격려의 말씀’ 정도는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근데 보내온 동시집 원고를 받아보고 생각을 고쳐먹었지요. 첫동시집인데 결코 첫동시집 같지 않은, 생각이 깊은 시들로 가득해 뭔가 시를 정리해 드려야겠구나 싶어 시 해설을 쓰기로 했습니다. 장시인은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하였지요. 그 후 작품 발표가 없어 능력을 인정받아 보는 걸로 ..

문학비평 2022.01.02

고향 촛대바위를 사랑한 시인

고향 촛대바위를 사랑한 시인 권영상 집을 나설 때다. 문자 메시지 수신음이 바지 주머니에서 들렸다. 열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세상과 딱히 소통하고 싶지 않은 일요일 오후 3시경. 늦가을 집 근방 느티나무 오솔길에 들어섰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인데도 노란 느팃잎이 더는 견딜 수 없는지 맥없이 쏟아졌다. 가을도 겨울도 아닌 그런 오묘한 한낮에 나는 홀로 숲길을 가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또 한 차례 수신음이 들렸다. 마지못해 메시지를 열었다. 떨어지던 낙엽들이 갑자기 뚝 멈추었다. 김진광 선배의 사망 소식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열지나 말걸! 가슴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선배가 이 가을에 왜 간다지? 나는 휑한 정신으로 중얼거렸다. 비록 우물거리는 말투였지만 선배의 목소리를 들은 지 ..

문학비평 2021.12.11

어머니가 있으되 없는 아픈 결핍감

어머니가 있으되 없는 아픈 결핍감 권영상 어머니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 있다. 어머니는 왜 그토록 오래 병석에 누워계셨던 걸까, 그 점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막내인 내가 중학교 2학년을 막 시작하던 봄부터 무려 15년이 넘도록 병석에 누워계셨다. 한번 입원하시면 그길로 6개월 정도 병원에 머무르셨고, 퇴원 하신다 해도 안방에 누워 꼼짝없이 자리보전을 하셨다. 자리보전만 하신 게 아니라 숱한 떠돌이 한의원들의 약첩을 머리맡에 쌓아두고 사셨다. 그러다가 또 견뎌내기 어려우시면 다시 읍내 병원으로 실려 가셔서는 한 계절을 넘기거나 일 년을 넘기도록 병원에 계셨다. 15년이란 세월을 어머니는 그렇게 사셨다. 농사일에 파묻힌 아버지는 병원 살림하시랴 집안 살림하시랴 고단하셨다. 어린 나는 어머니 없는 빈집 대..

문학비평 2021.09.11

시가 섬으로 찾아오다

머릿말 시가 섬으로 찾아오다 권영상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고기잡이배를 타면 멀미를 한다. 작고 외딴 섬 칼라 디소토. 그 섬에서 배를 타지 못하면 딱히 마리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다. 그렇게 막막하게 살아가던 그 섬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칠레의 대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온다. 그는 칠레 정부의 핍박에 도피해온 망명시인이다. 사랑을 노래한 시가 많은 그에겐 지지하는 여성 팬들이 많고, 그들은 지치지 않고 수많은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그 섬엔 글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럴 때 마침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마리오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로 고용된다. 누구나 한번쯤을 보았을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영화 ‘일 포스티노’의 앞부분이다. 먹고 사는 일조차 힘든 가난하고 낙후된 섬마을에 이렇게 대시인이 왔다...

문학비평 202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