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나의 동시 나의 이야기

권영상 2024. 6. 30. 21:43

<나의 동시 나의 이야기>

 

 

 

 

참새야, 미안해

권영상

 

 

 

참새 깃털

하나

길섶에 떨어졌다.

 

오늘밤

요만큼

참새가 추워하겠다.

 

-‘깃털’

 

솔직히 참새에 대해 미안한 게 많다.

내가 쓴 시들 때문이다.

참새들은/ 지도를 가지고 있지./ 그걸로 마을의 경계를 넘지 않고 / 편안히 사는 데 쓰지.// 개똥지빠귀도 지도를 가지고 있지./ 그걸로 마을의 경계를 넘어/ 험난한 시베리아로/ 날아가는데 쓰지.

‘지도’라는 시다.

듣기에 따라서는 텃새와 철새의 숙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도에 얽매여 경계를 넘지 못하는 참새들을 은근히 비꼬고 있다. 나는 그때 그걸 발표해놓고 혹시 어떤 참새분이 쩝쩝 입맛을 다실까봐 걱정했다.

‘참새의 하늘’이란 시에서는 참새는 마을 초가지붕 높이 이상의 푸른 하늘을 탐내지 않는다고 쓴 적도 있다. 그 시 역시 빈정거림이 약간 묻어있다.

어느 날, 강낭콩 이랑에서 깡총 뛰어나오는 참새와 탁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 그때 참새가 나 때문에 얼마나 놀랐을까, 적잖이 미안했다.

요 몇 해 전, 추운 겨울이었다.

옷을 잔뜩 껴입고 골목을 나서는데 목덜미가 서늘했다. 목수건을 안 하고 나왔다. 목수건이래 봐야 여름용 손수건이다. 그것도 늘 하다가 안 하니 표가 났다. 감기 걸릴까봐 그걸 가지러 다시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그때 풀 가지에 걸려 떠는 참새 깃털을 봤다.

아, 저걸 잃어버리고 간 참새는 지금 얼마나 추울까. 목덜미가 얼마나 서늘할까. 그러며 참새한테 못다한 나의 연민을 드러냈다. 그게 이 ‘깃털’이다.

 

 

한국동시문학회 회보 2024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