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화주) 소리 열매 권영상 여름이 오면 맴맴이라는 소리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그 노래하는 열매는 이 숲의 나라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맴맴 맴부랑 굵어간다. 그 맛은 달콤하게 익는 오디 맛이 아니라 귀가 먹먹할 정도로 짜르르르, 그에게서 푸른 파도 소리가 난다. 여름방학이 오면 이 마을 어떤 아이들은 그물 아구리가 큰 장대를 들고 맴맴맴이라는 소리 열매를 살곰살곰 따러 다닌다. ―《시와소금》, 2023년 봄호 ■ 시 읽기 권영상 시인의 시는 어디서 만나든 감탄을 자아낸다. 그의 시는 마치 ‘독자를 잃어갈까 봐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시인은 우리 말을 부리는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태어났을까. 그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달라지기 위해, 다름을 만들기 위해 시인은 부지런히 새로운 말법을 찾아낼 것이다. 그래서 주렁주렁 열린 소리 열매들이 맴맴 맴부랑 굵어지듯이 날로 새로워지는 시를 선물하는 것일 거다. 시인은 우리가 공유한 경험을 아주 낯설게 건네준다. 마치 마법의 나라 여행처럼. 현실과 환상의 문을 열어 놓는다. 여름이 오면 맴맴이라는 소리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는 마을이 있다. 나무마다 노래하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맴맴 맴부랑 굵어간다. 아마 사람들은 그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줄을 설 것이다. 웹툰이나 게임에 푹 빠진 어린 독자들도 길게 길게 줄을 설 것이다. 이상한 숲속 나라 아이들과 그물 아구리가 큰 장대를 들고 맴맴맴이라는 소리 열매를 살곰살곰 따러 다닐 것이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짜르르르 푸른 파도 소리가 나는 소리 열매를. 그 이상한 나라는 알고 보면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있는 마을이다. 시인의 기억 속의 마을이며 또한 독자들의 기억 속에 있는 마을이다. 귀로도 볼 줄 아는 시인의 공감각에 의해 우리의 마을은 아주 낯설고 신비한 마을로 바뀐 것이다. 예민한 감각과 풍부한 감성은 이렇듯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다. 여름밤 식구들이 둘러앉아 권영상 시인의 동시 「소리 열매」를 읽으며 우리 말의 풍요로움을 시인의 감성을 향유 했으면 한다. (추천 이화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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