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배 고파요 아저씨, 배 고파요 권영상 퇴근 시간이다. 배 고프다. 점심을 일찍 먹어 그런지 시장기가 확 몰려온다. 나가다가 뭔가 좀 사먹고 갔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먼저 퇴근해 밥을 짓는 아내에게 미안하다. 부랴부랴 4호선을 타고 충무로에 갔다. 거기서 다시 3호선 오금행을 기다리느라 의자에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9.02
물병에 물을 채울 때 물병에 물을 채울 때 권영상 출근을 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어제 쓴 컵과 빈 물병을 들고 본 교무실로 가는 일이다. 거기 개수대에서 컵과 물병을 씻는다. 컵 두 개와 빈 물병. 물병은 나 혼자 하루치 마실 1리터 반쯤 되는 병이다. 그걸 깨끗이 닦아 정수기 작은 주둥이에 대고 물..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8.27
선생님, 오늘 술 한 잔 해요. 선생님, 오늘 술 한 잔 해요. 권영상 "선생님, 오늘 술 한 잔 어떠세요? 김지훈입니다.” 수업을 끝내고 돌아와 휴대폰을 여니 메시지 한 건이 와 있다. 지훈이다. 메시지 도착 시간 오후 2시 18분. 지금 시각 오후 4시 반. 30분 뒤면 나는 퇴근이다. 그에게 전화를 넣었다. “시간 있으니 일 마..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8.27
풍금이 사라진 교실 풍금이 사라진 교실 권영상 예전, 소금강이 그리 멀지 않은 연곡의 어느 시골 학교에서 나는 교생 실습을 했다. 학교 곁엔 방죽이 있고, 근방엔 과수원이 많았다. 전형적인 농가 마을이었다. 내가 맡은 학년은 6학년. 남자애들 스무남은 명과 여자애들 십여 명의 혼합반이었다. 그 아이들..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8.23
나는 아직도 해피엔딩이 좋다 나는 아직도 해피엔딩이 좋다 권영상 텔레비전 프로 중에 ‘인간극장’이 있다. 인간극장이 무슨 요일에 나오는지, 어떤 채널에서 나오는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주말 오후인가에 재방송이 있다는 건 안다. 대략 3부작이거나 길면 5부작들이다. 5부라면 방영시간만도 세 시간은 넘는다.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8.22
자식의 옷을 입는 기쁨 자식의 옷을 입는 기쁨 권영상 수업을 마치고 야유회를 가는 토요일이었다. 20대처럼 눈에 띄는 옷을 입고 출근한 이가 있었다. 청바지에 분홍빛 셔츠와 초록색 조끼를 입고 왔다. 너무 나이에 맞지 않는, 뭐랄까? 아이들 말로 하자만 ‘갑툭튀’ 같은 옷차림이다. 희끗희끗한 반 백의 머..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8.19
솔직한 삶의 즐거움 솔직한 삶의 즐거움 권영상 “북어 세 마리 주세요.” 재래시장을 지나는데 생선가게 기둥에 매달린 북어가 눈에 띄었다. “콩나물 넣고 북엇국 끓여 드시면 몸에 화기가 돌지요.” 나이 든 주인아주머니가 몸빼바지를 추스르며 일어나 북어를 내린다. 그걸 도마 위에 뉘여 목장갑 낀 손..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8.19
누님이 보낸 택배 누님이 보낸 택배 권영상 추석이 가까워 오는 날이었다. 누님이 집으로 택배를 보내왔다. 누님은 속초에 계신다. 매형이 공직에 계시다 퇴직을 하신지 10여년이 넘는다. 생질들은 모두 출가해 자식들을 두었다. 그런 누님이 나이 많은 동생에게 택배를 보내왔다. 나는 택배 상자에 붙은 누..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8.15
이메일로 받은 그림 한 장 이메일로 받은 그림 한 장 권영상 이메일로 그림 한 장을 받았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그러나 종전의 토끼와 거북이 그림이 아니다. 경주를 포기한 듯한 거북이가 출발 선상에서 아예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고 있다. 그걸 바라보는 토끼가 ‘너, 어디 가려고?’ 하고 놀란 듯이 묻는 그..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8.15
나는 얼마짜리 인생일까 나는 얼마짜리 인생일까 권영상 아침마다 옷장문을 열면 망설여진다. 옷장 안에 옷은 가득 차 있는데 마땅히 입을 옷이 없다. ‘오늘 또 뭘 입지?’ 그러며 이것저것 뒤적이다 엊그제 입고 출근했던 옷을 또 꺼낸다. 아침마다 옷장 앞에 서서 머리 쓰는 시간만큼 성가신 게 없다. “백화점..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