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수에 젖게 하는 청개구리 소리 애수에 젖게 하는 청개구리 소리 권영상 밤이 조용히 깊어갈 때면 어디선가 청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개구리 보다 목청이 높고, 빠르면서도 가볍다. 밤 9시 뉴스의 절반쯤에서 텔레비전을 끄면 창밖에서 예의 청개구리 울음소리가 창을 타넘어 왔다. 그때마다 어디서 청개구리가 울..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7.17
아버지의 무학 아버지의 무학 권영상 아버지는 무학이셨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나는 몰랐다. 그때는 그런 일에 관심이 없었다. 그때도 학교에서는 아버지의 학력을 생활기록부 어디에다 적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버지의 무학에 대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확실히 나는 그 일에 관심이 없었던 게 분명..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7.17
돌아오는 딸을 기다리며 돌아오는 딸을 기다리며 권영상 퇴근을 하여 옷을 갈아입을 때다. 아내가, 딸아이가 택시를 타고 올 테니 아파트 마당에 내려가 기다려 보라는 거다. 가져오는 가방이 무겁단다. 가방이 가볍더라도 집에 앉아 기다릴 수는 없다. 시계를 보았다. 7시가 다 되어 가고 있다. 오후 4시 반에 인..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7.16
인디언 엄마들은 다르다 인디언 엄마들은 다르다 권영상 종례를 하러 교실에 가보니 구민이가 없다. 아이들 말로 점심시간에 ‘도망갔다’는 거다. 어제까지 학교에 안 왔다. 안 오면 며칠씩 안 온다. 근데 무슨 생각에선지 오늘 왔었다. 온대도 수업 시간을 채우는 법이 없다. 그냥 ‘앉아 있다’가 싫으면 가버..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7.16
이렇게 오래 살 줄 나는 몰랐다 이렇게 오래 살 줄 나는 몰랐다 권영상 지금 생각해도 그렇다.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은 정말 몰랐다. 지금 내 나이 오십대 후반이다. 내게 무슨 질병이 있거나, 어렸을 적부터 몸이 허약해서 이런 생각은 한 건 아니다. 나는 죽음과 자주 만났다. 열 살 안팎부터다. 집 뒤엔 호수가 있었다..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7.12
초당동 소나무들 초당동 소나무들 권영상 소나무에겐 우아한 매력이 있다. 특히 내 고향 초당동 소나무들은 더욱 그러하다. 조선조의 미인들처럼 품위 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유혹적인 데가 있다. 감추기 보다 드러낸다. 소나무숲길을 가다 늠름한 적송의 한 허리를 슬쩍 안아보라. 그대의 품에 고요히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7.12
우물치기 우물치기 권영상 봄이 되면 자연히 할 일이 많다. 감자밭에 거름을 내어 감자를 심어야 하고, 볍씨를 꺼내 안마당 독에다 볍씨를 담그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푸릇푸릇한 보리골을 매어주어야 한다. 사과나무·복숭아나무·배나무·자두나무 과수의 가지를 쳐주어야 하고, 논 가득히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7.11
인생이란 우연이 짜놓은 카페트와 같다 인생이란 우연이 짜놓은 카페트와 같다 권영상 얼마 전, 문학상 시상식장에서의 일이다. 이런저런 식순 뒤에 수상자의 소감을 들었다. 그 분은 대뜸,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단도직입적이라는 말이 옳겠다. 나의 그 분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그분의 소감이 그랬다. 그 분의 소감은 짧..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7.11
정월 대보름 망월이여! 정월 대보름 망월이여! 권영상 달력을 보니 다가오는 28일이 정월 대보름이다. 정월 초하루는 한 해의 첫날이다. 그러나 실제 한 해의 시작은 보름날 부터다. 나의 경험으로는 그랬다. 정월 대보름날은 새벽부터 여느 날과 다르다. 농사꾼이면 새벽 일찍 일어나 논밭에 거름 한 짐을 낸다.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7.09
너를 버려야 하나 너를 버려야 하나 권영상 집에 개가 있다. 이름이 난나다. 9년을 키운 개다. 푸들이다. 딸아이가 중2 때 애완견 사주면 말 잘 들을 거래서 그 말에 속아 젖먹이를 분양 받아 왔다. 애지중지 돌보던 딸아이는 난나를 남겨 두고 대학 공부를 한다며 남의 나라로 떡 가버리고 말았다. 남아 있는..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