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배나무가 짊어진 삶 팥배나무가 짊어진 삶 권영상 겨울이 지난 뒤의 산에 올라보면 산이 매우 수척하다. 겨울은 인간에게만 혹독한 게 아니라 수목에게도 마찬가지다. 수목이 목숨을 부지해 내는 일을 가로막는 가장 잔인한 것이 생로병사와 참혹한 겨울이다. 며칠 전 가까운 산을 오르다 본 것이 있다. 비탈..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23
외로움을 타는 이들 외로움을 타는 이들 권영상 마음이 답답해 산에 오를 때가 있다. 산이라 봐야 동네 산이지만 산에 오르면 그 때만큼은 세상 뒤숭숭한 일을 멀리할 수 있어 좋다. 솔바람 소리가 좋고, 골짜기 물 소리가 좋고, 쯔빗쯔빗 박새 울음소리가 좋다. 산이 들려주는 깨끗한 소리에 이끌려 산을 찾..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9
수묵화 속을 호젓이 걸어가는 사람 수묵화 속을 호젓이 걸어가는 사람 권영상 창을 여니 펑펑 눈이 내린다. 잘 마시지 않는 커피가 이럴 때면 생각난다. 커피 한잔을 타 들고 창밖의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본다. 일 년 중 이런 호사를 누리는 일이 몇 번인가. 그러나 그 호사스런 여유도 잠깐일 뿐이다. 커피 서너 모금을 넘..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9
풀씨의 위대함 풀씨의 위대함 권영상 풀씨에 대한 편견을 나는 가지고 있다. 그들만이 갖는 매력 때문이다. 밭에서 ‘풀과의 전쟁’을 해 본 이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흥분할 것이다. 그러나 거대 도시의 도심 아파트에 몸을 기대고 사는 나 같은 이들에겐 그런 편견이 있을 수 있다. 주말을 얻으면 집에..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8
방솔나무에 대한 추억 방솔나무에 대한 추억 권영상 고향 뒤뜰 호숫가에 방솔나무가 있다. 서너 아름은 되는 소나무다. 동네 수많은 나무들 중 그만큼 큰 나무는 없다. 우리 또래 중엔 나무타기를 잘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름하여 다람쥐들이다. 다람쥐들은 이 세상 나무를 다 탔다고 뻥을 쳤지만 방솔나무만..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8
겨울나기 겨울나기 권영상 K형, 그간 겨울이 예년보다 푸근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 이틀간은 혹독하도록 추웠습니다. 갑작스레 영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어제는 영하 12도였습니다. 귀가 시리고 볼이 따끔거렸습니다. 그 바람에 허약한 짐승처럼 잔뜩 움츠리고 지냈는데 자고나니 글쎄, 이번엔..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8
상처없는 나뭇잎은 없다 상처없는 나뭇잎은 없다 권영상 마을 앞 동네 산을 내려오다 상수리나무 밑에 발길을 멈추었다. 유독 거기만 노란 상수리나뭇잎이 소복히 쌓였다. 예쁜 잎 하나를 주웠다. 연둣빛이 은은히 배어있다. 참 곱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책갈피에 꽂아두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생각이 거기에 닿..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6
힘든 것도 다 한 때여 힘든 것도 다 한 때여 권영상 토요일 오후엔 김장밭에 가야한다. 배추를 묶어줄 때다. 비록 작은 밭이지만 거기에 배추 서른한 포기와 무 마흔 여섯 개가 건장하게 자라고 있다. 올핸 뭐든 풍년이란다. 풍년인 탓에 우리 밭의 무와 배추도 튼실하다. “오늘 배추 묶어주는 거 잊지 말아요...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6
어머니의 떨리던 손 어머니의 떨리던 손 권영상 고향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머니의 구순 생신이 가까워 오던 어느 날이다. 어머니를 찾아 뵙고 다음 날 작별을 할 때였다. 노쇠하신 어머니와 집 대문 밖에서 작별을 했다. 몸이 불편하신지라 그만큼 걸어나오시는 것만도 어머니에게는 큰일이었다. 그렇게 어..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6
열쇠 좀 맡아 주시겠어요? 열쇠 좀 맡아 주시겠어요? 권영상 서울에 와 산 지 꽤 오래 됐다. 여기 와 살면서 나는 여러 번의 이사를 했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가끔 살던 동네에 가 보고 싶은 때가 있다. 토요일 퇴근길에 일부러 그쪽 길로 들어섰다. 우리가 살던 집은 조그마한 연립이었다. 그 집은 부동산중개소..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