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반에 점필이가 있다 옆반에 점필이가 있다 권영상 옆반에 점필이가 있다. 다른 애들보다 왜소하다. 턱이 좀 빠졌고, 눈이 퀭하다. 수업을 시작했는데도 점필이는 공부에 관심이 없다. “점필이는 학교 왜 왔지?” 내 말에 연필 끝을 이빨로 물어뜯던 점필이가 대답한다. “밥 먹으러요.” 그 반에 수업이 있어..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4
세상을 어린애 같이 살다니 세상을 어린애 같이 살다니 권영상 아내보다 내가 먼저 출근 한다. 문을 나설라치면 아내가 쫓아나온다. “지갑 넣었어요? 열쇠며 휴대폰도?” 아내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묻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여름쯤이다. 아직 방학에 들어가기 이른 무더운 토요일이었다. 무더운데도 ..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2
엄마와 딸 엄마와 딸 권영상 그 건물의 이층은 고속버스터미널이다. 거기엔 값싸게 마실 수 있는 자판기 커피가 있고, 잠시 쉴 수 있는 자리들이 넉넉하다. 무엇보다 휴가철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한없이 바라보는 것도 휴식중의 큰 휴식이다. 땀을 흘리며 등산을 하거나 폭..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2
아내의 프라이드 아내의 프라이드 권영상 아내는 운전석의 문을 열지 못해 조수석으로 타넘어 차에서 내렸다. 문을 여닫는 잠금 꼭지가 헐거워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차 좀 바꾸시지?” 내 말에 아내는 20년을 채우고 바꿀 거란다. 벌써 오래전부터 들어온 말이다. 차를 산지 8년쯤 될 때 이제 좀 바..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2
보신탕과 보리밭과 대양의 애틋함 보신탕과 보리밭과 대양의 애틋함 권영상 삼복이고 보니 ‘보신탕’이란 말이 또 슬며시 떠오른다. 식품으로 인정할 것이냐 아니냐를 떠나 그에 얽힌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어느 항구도시에 머물던 때다. 번잡한 직장 가까이에 하숙을 정해놓고 살았다. 항구도시는 특유의 번..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1
신문지를 깔고 먹는 짜장면 신문지를 깔고 먹는 짜장면 권영상 가끔 짜장면을 시켜먹을 때가 있다. 일요일 점심 때가 적당하다. 시켜 먹는 맛도 있다. 늦게 일어난 아침에 밥을 하기도 번거롭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출근하듯 외식을 하러 나가기도 그렇다. 나는 번쩍 수화기를 든다. “여보..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1
가끔 선물도 좀 하니? 가끔 선물도 좀 하니? 권영상 몇 해 전 일이다. “애한테 전화 좀 해 봐요.” 자정이 가까워오는데도 딸아이로부터 연락이 없다. 방학에 집에 온 딸아이는 며칠 귀가 시간이 늦다. 아내는 성화를 냈지만 나는 좀 기다려 보자고 달랬다. 자정이 넘자, 아내는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견디기 힘..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1
2인분치의 곰국 2인분치의 곰국 권영상 요사이 비가 흔하다. 너무 지나치다 싶다. 점심때까지 멀쩡했는데 퇴근하여 집 근방에 이르자 천둥까지 으르렁대며 비가 내리꽂혔다. 엘리베이터를 누르려고 손을 뻗을 때에야 아내가 아프다는 말이 떠올랐다. 유월에 때아닌 감기로 고생이다. 비만 아니어도 좀더..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0
우정어린 거짓말 우정어린 거짓말 권영상 우리 반에 정기가 있다. 키가 작고 부산하다. 수업시간에도 한 자리에 가만 앉아 있지 못한다. 잠깐 눈을 돌리면 그 사이 책상 밑으로 내려가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그냥 기는 게 아니다. 남의 다리를 긁거나 꼬집는다. 아이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인다. 그때쯤이..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0
그게 저의 마지막 공부였잖아요 그게 저의 마지막 공부였잖아요 권영상 퇴근 무렵이었다. 막 가방을 챙기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저쪽에서 ‘혹시…’하면서 조심스럽게 내 이름을 물었다. 그렇다는 말에 ‘그럼, 저를 아시나 모르겠네요?’ 그러며 그가 제 이름을 간신히 밝혔다. 이찬주였다. 알다마.. 오동나무 연재 칼럼 2013.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