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916

공평 분배를 지향하는 노느매기

공평 분배를 지향하는 노느매기 권영상 열여덟 살 나던 어느 단풍 좋은 가을이었다. “네가 뽑혔다.” 소문중 회의에 다녀오신 아버지가 그 말씀을 하셨다. 내가 육대조 할아버지 시제에 제수를 지고 갈 사람, 곧 요즘 말로 포터가 되었다는 거다. 두 명이 더 있는 데 내 육촌들이라 하셨다. 열여덟 나이가 가장 힘깨나 쓰는 나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었다. 육대조 할아버지 산소가 어디 있는지는 시제 당일에야 알았다. 시제가 뭐냐 하면 음력 시월 상달쯤에 5대조 이상의 조상 산소에 직접 찾아가 지내는 제사를 이른다. 나는 얼굴도 모르는 6대조 할아버지를 위해 기꺼이 아버지의 말씀에 응했다. 그런데 시제 당일, 나는 그 할아버지의 산소 위치를 알고 너무도 놀랐다. 제수품을 손수레에 싣고 집에서 시오 리 떨어진 이웃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