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빠와 같은 방향으로 서 있어요 지금 아빠와 같은 방향으로 서 있어요 권 영 상 저녁 무렵, 딸아이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아빠 뒷베란다 문 열어봐’ 딸아이가 하라는 대로 나는 뒷베란다로 나가 창을 열었다. 노을이다. 마을의 지붕들 위로 주홍빛 노을이 선연히 물들고 있었다. 평소에는 모르고 지내던 하늘의 크기..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0
오래된 꿈, 오동나무집 오래된 꿈, 오동나무집 권 영 상 아직도 고향에는 몇몇 연세 많은 분들이 계신다. 가끔 강릉 초당에 들르면 감자밭머리나 우차길에서 그분들을 만난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여든을 넘긴 할아버지들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 그분들은 내게 아저씨뻘이었다. “누구신고?” 나는 반가워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19
나는 얼마짜리 인생인가 나는 얼마짜리 인생인가 권 영 상 아침마다 옷장문을 열면 망설여진다. 옷장 안에 옷은 가득 차 있는데 마땅히 입을 옷이 없다. ‘오늘 또 뭘 입지?’ 그러며 이것저것 뒤적이다 엊그제 입고 출근했던 옷을 또 꺼낸다. 아침마다 옷장 앞에 서서 머리 쓰는 시간만큼 성가신 게 없다. “백화..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18
풍금이 없는 교실 풍금이 없는 교실 권 영 상 예전, 소금강이 그리 멀지 않은 연곡의 어느 시골 학교에서 나는 교생 실습을 했다. 학교 곁엔 방죽이 있고, 근방엔 과수원이 많았다. 전형적인 농가 마을이었다. 내가 맡은 학년은 6학년. 남자애들 스무남은 명과 여자애들 십여 명의 혼합반이었다. 그 아이들은..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18
서울역에서 본 어린왕자 서울역에서 본 어린왕자 권 영 상 오후 5시. 퇴근이다. 가방을 챙겨 들고 교문을 나섰다. 늘 다니던 골목길로 접어든다. 골목 어귀 은행나무 가로수빛깔이 노랗다. 황금빛이다. 황금빛 골목길을 밟아 언덕을 내려온다. 소화아동병원 앞길에서 신호등을 건넌다. 신호등을 건너면 바로 서울..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