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술 한 잔 어떠세요? 선생님, 술 한 잔 어떠세요? 권 영 상 “선생님, 오늘 술 한 잔 어떠세요? 김지훈입니다.” 수업을 끝내고 돌아와 휴대폰을 여니 메시지 한 건이 와 있다. 지훈이다. 메시지 도착 시간 오후 2시 18분. 지금 시각 오후 4시 30분. 30분 뒤면 나는 퇴근이다. 그에게 전화를 넣었다. “시간 있으니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아내가 집에 없는 밤 아내가 집에 없는 밤 권 영 상 “여기 좀 들여다 봐요.” 출근을 하려는데 아내가 나를 부른다. 내가 다가가자 아내는 냉장고문을 열어 이거는 밥이고, 이거는 반찬이고, 야채통엔 뭐뭐가 들어있고, 하면서 일장 설명이다. “아유, 당신 없다고 밥 굶겠어. 그러니 걱정말고 잘 다녀와.” 나..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행복하기에 충분한 풍경 행복하기에 충분한 풍경 권 영 상 김장을 담갔다. 김장을 담그자고 서두른 사람은 아내가 아니고 나였다. 주말농장에 심어놓은 배추 12포기와 장성하게 큰 무가 추위에 얼까봐 그게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직장에 나가는 아내의 손을 무턱대고 빼앗기도 뭣했다. 그러던 차에 고향에서 대파..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네가 행복했으면...... 네가 행복했으면...... 권 영 상 ‘오늘도 김주효 학교 안 왔네!’ 걱정스런 내 말에 아이들이 학교 오다 골목길에서 주효를 봤다고 한다. 수업을 끝내고 서둘러 애들과 주효를 찾으러 동네 골목으로 나갔다. 빠른 걸음으로 우리는 골목길을 훑어 나갔다. 그러나 주효가 골목에서 우릴 기다..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그게 저의 마지막 공부였잖아요 그게 저의 마지막 공부였잖아요 권 영 상 퇴근 무렵이었다. 막 가방을 챙기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저쪽에서 ‘혹시…’하면서 조심스럽게 내 이름을 물었다. 그렇다는 말에 ‘그럼, 저를 아시나 모르겠네요?’ 그러며 그가 제 이름을 간신히 밝혔다. 이찬주였다. 알다마..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내 두 팔에 안긴 아기의 무게 내 두 팔에 안긴 아기의 무게 권 영 상 누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저번 낳은 손주가 벌써 돌이란다. 시간이 나거든 잠깐 들르라며 끊었다. 아기 이야기는 전화로 몇 번 들었다. 그 아기 돌이 돌아온 모양이다. 암만 바쁘다 해도 들러야 할 일이다. 그 아기가 태어날 때를 맞추어 바람은 적당..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한가위 한가위 권 영 상 예전, 교사 발령도 못 받고 그냥 집에 눌러 있을 때입니다. 객지에 나갔던 동네분들이 늦은 오후 길을 밟아 정종 한 병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추석, 넉넉한 마음으로 잘 쇠시기 바랍니다.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마당을 하나 가지고 싶다 마당을 하나 가지고 싶다 권 영 상 이른 아침에 출근을 할 때면 아파트를 보살펴 주는 분들이 마당을 쓴다. 집 밖을 나와 처음 만나는 분들이다. 안녕하세요? 나는 그분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한다. 그분들도 비를 들고 잠시 내 인사를 받는다. 어렸을 때, 나도 매일 아침 마당을 쓸었다. 아..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엄마와 딸 엄마와 딸 권 영 상 그 건물의 이층은 고속버스터미널이다. 거기엔 값싸게 마실 수 있는 자판기 커피가 있고, 또 잠시 쉴 수 있는 자리들이 넉넉하다. 무엇보다 거기엔 휴가철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한없이 바라보는 것도 휴식중의 큰 휴식이다. 땀을 흘리며 등산을..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외로움을 타는 이들 외로움을 타는 이들 권 영 상 마음이 답답해 산에 오를 때가 있다. 산이라 봐야 동네 산이지만 산에 오르면 그 때만큼은 세상 뒤숭숭한 일을 멀리할 수 있어 좋다. 솔바람 소리가 좋고, 골짜기 물 소리가 좋고, 쯔빗쯔빗 박새 울음소리가 좋다. 이처럼 산이 들려주는 깨끗한 소리가 좋아 산..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