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니어에서 날아온 전화 펜실베니어에서 날아온 전화 권 영 상 토요일 아침이다. 일찍 일어나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데 내 방에서 휴대폰이 울었다. 늦잠 자는 아내를 깨우지 않으려고 발 끝을 세워 달려갔다. 내 방에 미처 이르기도 전에 뚝 끊겼다. 한발 돌아서는데 또 울었다. 집어들고 보니 006으로 시..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16
흥분하는 '오빤 강남스타일' 흥분하는 ‘오빤 강남스타일’ 권영상 “여보, 여기 와 이것 좀 봐봐!” 아내가 컴퓨터 앞으로 나를 불렀다. “오빤 강남스타일, 강남스타일.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덩치 큰 사내가 노래를 부르며 디뚝디뚝 춤을 추고 있다. 제대로 된 춤이며 노래라기보다는 장난끼 많은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15
아버지의 낡은 시계 아버지의 낡은 시계 권 영 상 창밖에 비가 내린다. 7월로 접어들었으니 장마철일지도 모르겠다. 2교시 수업 없는 시간. 창밖에서 비를 맞고 선 단풍나무를 무연히 바라보고 있을 때다. 이웃한 음악실에서 피아노 소리와 함께 아이들 노래가 들려온다. “낡은 마루의 키다리 시계는 할아버..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7.06
오랜 가뭄 마시다 남긴 물 반 컵 권 영 상 출근을 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정수기가 있는 교무실에 물을 뜨러 가는 일이다. 오늘 하루 마실 물 한 병, 이 물을 떠오면 나의 학교 일이 정상적으로 시작된다. 내가 머무는 도서실과 교무실은 건물이 다르다. 거기로 가려면 세 그루의 향나무 곁을..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8
비밀이 사라진 세상 비밀이 사라진 세상 권 영 상 오래된 책 속에서 엽서 한 장이 떨어졌다. 엽서엔 스크랩 한 신문기사가 붙어있다. ‘원이 아버지에게’라는 기사다. 기사가 난 날짜도 없다.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가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였지요.”로 시작되는 한글 편지다. 31살에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2
나는 노래 없이 50대를 살았다 나는 노래 없이 50대를 살았다 권 영 상 일전에 모 언론사에서 개인정보를 수정한다는 메일이 왔다. 2008년 이후 변화된 신상 정보를 요구하면서 그때에 적어보냈던 기록도 함께 보내왔다. 4년 전에 내가 적었던 정보를 흥미있게 읽어나갔다. 공개해도 될만한 것들을 끄집어 내 본다. 나는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2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권 영 상 크리스마스의 새벽이 기다려졌다. 괘종시계가 자정을 넘기는 종을 치면 그때부터 어린 우리들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산타할아버지가 머리맡에 선물을 두고 가실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아니다. 우리 같은 시골 농가엔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 아니 있긴 있..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2
아저씨, 배 고파요 아저씨, 배 고파요 권 영 상 퇴근 시간이다. 배 고프다. 점심을 일찍 먹어 그런지 시장기가 확 몰려온다. 나가다가 뭔가 좀 사먹고 갔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먼저 퇴근해 밥을 짓는 아내에게 미안하다. 부랴부랴 4호선을 타고 충무로에 갔다. 거기서 다시 3호선 오금행을 기다리느라 의자에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2
학습 강요가 내 아이의 분노를 키운다 학습 강요가 내 아이의 분노를 키운다 권 영 상 서울역에서 사당행 4호선 전철을 탔다. 한산했다. 그런데 전철이 숙대입구역을 막 출발할 때다. 내 옆자리에 엉덩이를 빼고 비스듬히 앉은 여자가 휴대폰의 버튼을 눌렀다. “아니, 너 지금 뭐하는데 엄마 전화 꼬박꼬박 받냐!” 여자 목소..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2
사람은 그 누구도 혼자여서는 안 된다 사람은 그 누구도 혼자여서는 안 된다 권 영 상 그때 나는 성대에 문제가 생겨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입원은 처음이었다. 혹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했다. 혹이라는 말과 수술이라는 말. 그때 나는 그 두 말만으로도 충분히 당혹감에 떨었다. 당혹을 넘어 내 운명까지도 생각했다. “내일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