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온 코비스 경품사기 내게 온 코비스 경품사기 권 영 상 며칠 전 토요일이다. 퇴근준비를 하려는데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전화 끝자리가 5784지요?” 저쪽에서 아가씨 목소리가 연이어 날아왔다. “축하드립니다. 우리 코비스콘도미니엄 10주년 경품행사에 당첨되었습니다.” 그런 회사 나는 모르고 응..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2
문을 닫는 골목가게들 문을 닫는 골목가게들 권 영 상 출근길에 본 골목 굴국밥집이 수상쩍다. 음식점 안 의자들이 어쩌라고 차곡차곡 그대로 쌓여있다. 엊저녁 퇴근할 때에 본 모습 그대로다. 퇴근이라 해 봐야 오후 6시 무렵이다. 그 무렵이면 탁자와 의자를 가지런히 놓고 손님을 받을 시간이다. 근데 어제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2
고단한 인생의 무게 고단한 인생의 무게 권 영 상 아침 7시 10분. 비 끝이라선지 날씨가 차다. 간밤 기상예보로는 강원도 산간지방에 눈이 내린다고 했다. 머지않아 이 도시에도 홀연히 눈이 내릴지 모른다. 서늘한 출근길을 걸어 3호선 전철에 올랐다. 다행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읽던 책을 꺼냈다. 전철이..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2
어머니의 냄새 어머니의 냄새 권영상 어미개의 본능에 대한 내용이 텔레비전에서 나왔다. 새끼를 낳은지 1주일 됐을 때다. 실험자들은 새끼 강아지와 똑 같은 크기와 빛깔의 다른 강아지를 어미 몰래 새끼들 곁에 놓아두었다. 그러자 어미개는 꼭꼭 찍듯이 그들을 골라 집 바깥으로 밀어냈다. 이번에는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2
내 기억 속의 스무 살 내 기억 속의 스무 살 권 영 상 직장 때문에 동해안의 s시에 머물러 살 때다. 낯선 그 곳 생활에 도무지 정이 붙지 않았다. 장롱처럼 한 자리에 붙박혀 살지 못하는 나의 성미도 세상을 낯설게 만들었다. 마음을 붙이지 못하다 보니 한 해에 대여섯 번씩 하숙을 옮겼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2
아내에게 진작 좀 잘 해줄 걸 아내에게 진작 좀 잘 해줄 걸 권 영 상 아내와 30년을 살았습니다. 벌써 그렇게 됐습니다. 처음 아내는 소녀같이 예뻤지요. 살 빛깔은 하얗고, 눈은 크고 쌍까풀이 졌지요. 키는 좀 작았지만 저는 키 큰 여자보다 작은 여자가 좋았답니다. 아내는 꿈도 크고 음식솜씨도 좋고 통기타도 잘 쳤..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 권 영 상 토요일이다. 토요일을 알고 화장실 세면대가 망가졌다. 아파트 나이가 십여 년쯤 되고 보니 집기들도 맥이 없다. 사람을 불렀다. 수리하는 분이 와 이것저것 둘러보더니 고치는 김에 현관문도 번호키로 바꾸라 한다. 손잡이 뭉치에 핀이 빠졌단다. “그..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베란다에서 크는 타샤의 집 베란다에서 크는 타샤의 집 권 영 상 겨울 방학이다. 창밖엔 소리없이 하얀 눈이 내려와 있다. 주차해 놓은 아파트 승용차 위에, 단풍나무 마른 나뭇가지 위에, 길 건너 건물 옥상 위에 눈부시게 쌓여 있다. 하늘을 쳐다본다. 파란 하늘빛과 하얀 눈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모처럼만에 보릿..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나는 얼마짜리 인생인가 나는 얼마짜리 인생인가 권 영 상 아침마다 옷장문을 열면 망설여진다. 옷장 안에 옷은 가득 차 있는데 마땅히 입을 옷이 없다. ‘오늘 또 뭘 입지?’ 그러며 이것저것 뒤적이다 엊그제 입고 출근했던 옷을 또 꺼낸다. 아침마다 옷장 앞에 서서 머리 쓰는 시간만큼 성가신 게 없다. “백화..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
가을볕에 숯을 말리다 가을볕에 숯을 말리다 권 영 상 모처럼만에 가을볕이 난다. 하늘이 목마르게 파랗다. 창을 열어 축축한 방안 공기를 뺀다. 이렇게 빛나는 일요일, 책상 밑에 놓아둔 숯상자를 꺼낸다. 요 몇 년 전에 사다둔 것인데 그걸 볕에 좀 내놓아야지, 했었다. 숯 상자를 움찔해 본다. 상자가 커서 그..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