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내게 온 코비스 경품사기

권영상 2012. 6. 22. 10:00

 

 

 

 

내게 온 코비스 경품사기

                                        권 영 상

 

며칠 전 토요일이다. 퇴근준비를 하려는데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전화 끝자리가 5784지요?”

저쪽에서 아가씨 목소리가 연이어 날아왔다.

“축하드립니다. 우리 코비스콘도미니엄 10주년 경품행사에 당첨되었습니다.”

그런 회사 나는 모르고 응모한 적도 없다고 대답했다. 휴대폰 번호로 경품행사를 했으며 200명 중에 나도 당첨됐다는 거다. 무료숙박권을 드릴 테니 주소를 불러달랜다. 나는 싫다고 했다. 그래도 불러달랜다. 이름도 주소도 모르는 걸 보라. 순수한 행사 아닌가? 라며 종용했다. 그래도 나는 싫다고 했고, 그래도 그녀는 괜찮다며 직장 주소만 알려달랬다. 마지못해 알려주자, 지금 곧 찾아오겠단다. 퇴근 시간이니 다음에 보자 하고 전화를 끊었다. 집에 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런 회사가 정말 있었다. 학생수련업체였다. 내가 학교에 있으니 홍보 차원에서 그런 방식으로 내게 접근하나 보다 했다. 그러고 나는 그만 그 일을 잊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오늘이었다.

 퇴근을 10여분 앞둔 시각에 낯선 사내의 전화가 걸려왔다. 코비스 경품권을 가지고 갈 테니 미안하지만 30분만 기다려달라는 거다. 그 말에, 오려면 사람들 퇴근 전에 와야 회사 홍보가 될 게 아니냐며 나는 힐책 아닌 힐책을 했다.

30분이 지나자 사내가 텅빈 교무실로 나를 찾아왔다. 거구였다. 사내는 의자에 앉자마자 코비스업체 팜플릿을 보여주더니 경품권이라며 무료숙박권 열 장을 내놓았다. 이게 내가 받게될 경품이라는 거다. 그 말고 또 있었다. 1회 이용시 3만원만 내면 된다는 콘도미니엄 할인권 50장 한 묶음도 내놨다. 필요하다면 100장까지 또 만들어 주겠다는 거다.

왜 내게 이렇게 많은 경품을 주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이번엔 황금빛 특별회원 카드를 보여줬다. 연회비 5만원만 내면 평생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이 기회에 신세진 친구들에게 인심이라도 한번 써볼까?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사내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비씨카드나 외환카드 있으면 아무거나 제게 주세요.”

나는 뒷주머니의 지갑을 꺼내려다 말고 왜냐고 물었다.

회사에 가져가 특별회원권을 만들어 내일 돌려주겠단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카드를 가져가겠다니! 나는 그건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그가 책상 위에 내놓은 경품권들을 가방 속에 거두워 담았다.

 “안 됐군요. 경품을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땀 흘려 설명하던 거구의 사내가 나를 쏘아보며 일어섰다.

 

나는 얼른 서랍에서 포도즙 봉지 하나를 꺼내어 내밀었다.

“다니시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포도즙을 받아든 사내가 출입문을 향해 걸어가더니 쾅, 하고 엎어졌다. 복사기에 연결해놓은 와이어에 발이 걸렸다. 거구의 덩치가 일어나 옷을 털더니 누굴 보고 하는 말인지 ‘씨발!’ 했다. 그러면서도 바닥에 떨어진 포도즙 봉지만은 집어들고 나갔다. “조심하시지 않구!” 나는 사내의 등뒤에다 대고 작별인사를 해 보냈다.

 

 

집에 와 아내에게 그 일을 말했다. 그게 경품 사기인 걸 왜 당신이 모르냐는 거였다. 그러고보니 그는 나를 속이려고 일부러 다들 퇴근한 시간대를 골라 찾아왔다. 좀은 섬뜩했다. 그러면서도 살기 위해 남을 속이며 살아야하는 덩치 큰 사내의 신산한 삶이 애닯았다.